서울 여행 #3 - 문화역서울 284 (구 서울역사)
서울 여행 #3 - 문화역서울 284 (구 서울역사)
숭례문을 보고 원래는 덕수궁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그대로 쭉 남쪽으로 내려가서 구 서울역사까지 보고 시청 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이므로 어떻게 다니든 상관이 없음 ㅋ)
정면 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갔는데 제대로 역광일 때 가서(...) 망 ㅡㅡ
현재의 유리궁전(...)인 서울역 옆에는 근대식 건축물인 구 서울역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은 1925년에 준공되었으며, 비슷한 외관의 도쿄역을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제자인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외관은 전체적으로는 르네상스 양식이며 지붕에 비잔틴 풍의 돔을 올렸는데요.
돔에 설치된 아치 형태의 창을 통해 내부 홀에
자연광을 끌어들여 밝은 공간의 홀을 조성했습니다.
이곳은 한반도의 관문인 역이면서 가장 중심이 되는 역이었으며,
(당시로서는) 일본과 대륙을 연결해주는 현관이자 식민지 경영의 관문(...)의 역할까지 맡아
그 중요성이 높은 역이었는데요.
그래서 동양 제 1역은 도쿄 역, 제 2역은 경성 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당시로서는 거대한 규모의 역사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2003년 이후 서울역이 현재의 역사로 옮긴 이후로 한동안 그냥 방치되어 있었는데요.
건립 당시의 형태로 복원을 거친 이후에
2011년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개장했습니다.
저는 새롭게 개장한 구 서울역사는 이번에 처음 가봤어요. ㅋㅋㅋ
측면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더니 그 옆 광장에서는
시위가 한창이라(...) 역시 제대로 찍기 실패.......
구 서울역사의 외관은 나중에 다시 찍기로 합니다 ㅜ ㅜ...
외관 구경을 제대로 했더라면 내부 구경은 안 하고 그냥 돌아갔겠지만
그러지 못 했으므로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도록 했습니다 :)
제가 갔을 때는 광복 70주년을 기념으로 한 기획전인
'사랑하라! 대한민국'이 진행 중이었어요.
광복 이후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를 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게 된다면
기획전 이런 것 보다는 서울역의 건립 당시의 내부 모습을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공간들이 대부분 기획전 전시관으로 재구성되어 있어서(...)
그런 모습들은 제대로 보질 못 했어요.
그치만 홀에 들어가니 거대한 태극기가 걸려 있었는데요.
이게 참 멋있었어요.
얼마 전에 본 영화 암살에서도 서울역이 나오는데
거기서는 일본어로 안내 방송이 먼저 되고 있고 (한국어는 그 뒤에 나옴)
서울역에는 일장기가 걸린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묘사되면서 나오는데요.
그거랑 대비가 되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전시 관람은 무료로 진행되는데요.
그래도 입장권은 받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ㅎ
기차 역 공간에 조성된 기획전이라 그런지 입장권이 기차 승차권으로 만들어졌네요 :)
전시 관람을 주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옛날 풍경을 재현한 동네(?)가 나왔어요.
주조장, 구멍가게, 미장원 등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법한
풍경을 재현해놓고 있었어요.
직접 물건을 팔거나 혹은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면 더 좋았을텐데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공간이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냥 사진 찍는 공간? ㅋㅋㅋ
그 다음으로는 옛날에 많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고무신들이었어요.
고무신은 1920년대부터 도입되었고, 이후로 굉장히 많이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시골에 가야 겨우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사람이다보니(ㅋㅋㅋ) 고무신을 보니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생각이 났어요.
방송, 신문 등 미디어와 관련된 역사를 소개해주는 공간도 있었어요.
당시 방송국에서 사용했던 카메라 등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있었고,
사진과 같이 KBS 뉴우스 스튜디오를 재현한 곳도 있었어요 ㅋㅋㅋ
스튜디오를 재현한 곳은 의자에 앉아서 기념사진 찍으라고 만들어놓은 것 같았어요 ㅋㅋㅋ
다음은 해방 이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전쟁...
여기는 전시관 분위기도 그랬지만
당시 군인들이 사용했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 졌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평범하게 군 생활하고 제대할 수 있었더라면,
저 평범한 물건들도 그저 그렇게 쓰이고 잊혀진 물건이 되었을텐데...
이런 평범한 물건들이 전시가 되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유해발굴이 계속되는 것 같은데...
하루 빨리 유해를 찾아내고 유가족도 찾아주어서
전사자들의 한을 풀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구 서울역사의
초기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었습니다.
일제때 사용되던 것들이나 초기 서울역사와 관련된 것들을
전시해놓은 복원 전시실이었어요.
제가 보고 싶었던 곳은 구 서울역사 자체와 관련된 이런 공간이었는데...
물론 기획전도 볼거리도 많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지만
딱 여기만 제가 기대했던 것을 충족시켜주는 곳이어서 좀 아쉬웠어요...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