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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동마을 - 서백당, 무첨당, 향단, 관가정

My_True_Style 2019. 11. 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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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동역>을 지나 다시 땡볕 아래를 걸어갑니다. <양동마을>의 실질적 입구라고 할 수 있는 매표소까지 10분 정도 더 걸었을 뿐인데 그새 땀이 주륵주륵 흘렀습니다 ㅠㅠ 대중교통을 이용하셔서 양동마을을 찾게 된다면, 양동마을 입구(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양동마을 매표소에서 도보로 15분 이상 떨어진 곳) 버스 정류장이 아닌 양동마을의 매표소까지 가는 버스를 타시는 걸 추천합니다.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종가의 집성촌으로 그 역사가 500여 년이나 되는 전통 마을입니다.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전통 민속 마을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가진 곳으로 알려져있지요.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마을 곳곳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이 산재하고 있으며,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위탁하였다고 합니다.) 가운데에도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이 여럿될 정도로 마을 전체가 거대한 보물과 같은 곳입니다. 양동마을은 단순히 역사가 길고,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이언적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구요. 현재에도 두 종가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서 단순 관광지로 조성된 전통 마을과 달리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양동마을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2010년에는 또 다른 전통 마을인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두 마을은 2013년에 981점의 세계유산 전체 목록 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장 잘 구현한 26개의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구요. 참고로 저는 하회마을은 2013년에 다녀왔는데, 그 때의 여행기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mtssc.tistory.com/4 (안동 하회마을, 2013년)

 

 

  앞서 몇 년 전에 먼저 방문했던 하회마을도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한국의 또 다른 전통 마을을 방문할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지고 마을로 들어갑니다. 먼저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합니다. 가격은 4,000원이었어요.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매표소 옆에 있던 양동마을 문화관에 들렀어요.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아이스박스에 담겨있는 물과 음료들을 발견...!

 

 

  더위에 지친 터라 바로 시원한 식혜 하나를 샀습니다 :) 달달한 식혜를 한 모금씩 마시며 마을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산자락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서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산자락을 따라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보니 멀리서 보면 마치 층층이 쌓여있는 것 같아보였는데요.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멀리서 전체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계속 그렇게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할 수는 없습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을 내의 주요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마을 구석구석 둘러보기로 합니다. 날씨가 매우 더워서 돌아다니기가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마음이 들떠버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곳저곳 둘러보게 됐어요 :)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서백당(書百堂)>이라는 곳으로, 이곳은 경주 손씨의 종가입니다. 이 마을에 처음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알려진 손소가 1454년에 지은 집으로, 회재 이언적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언덕 위에 세워진 대문으로 올라가는데, 문 안으로는 사랑채의 누마루가 보이고, 그 뒤로 안채를 가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쪽담이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대문을 지나면 좌우로 길이 나있는데 좌측으로 돌아 들어가면 안채로 향하게 되고, 우측으로 들어서면 사랑채에 이르게 됩니다. 안채는 후손들이 생활하는 구역이기 때문인지 관광객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고요. 관광객들은 우측으로 향하게 됩니다. 마당으로 들어오면 좌측으로는 서백당이라는 편액이 걸린 사랑채가 보입니다. 대청을 중심으로 큰 사랑방과 작은 사랑방이 직각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지 큰 사랑방으로 사람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이곤 했습니다. 이 분들에게도 사생활이 있는데 이렇게 관광객들이 집 안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꽤나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개방해주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개방된 구역 안에서만 돌아다녔습니다.

 

 

  사랑채 맞은편 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향나무가 서 있고, 그 뒷편으로는 사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랑채 앞에 서서 향나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여기에 서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사랑방에서 후손 분께서 나오셔서 저를 비롯해 관람 중이던 관광객들에게 사당 쪽으로 올라가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있으니 꼭 한 번 올라가보시라고 추천해주십니다. 사당 쪽은 올라가면 안 되는 줄 알고 안 올라가봤는데, 문 앞까지 가보는 건 괜찮다고 하셔서 얼른 올라가봅니다. 마당의 향나무와 서백당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참 예스러우면서도 아늑했습니다. 사당 기둥에 잠시 기대어 서서 보는 풍경인데도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하니, 이곳에 몇 일 머물러 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전에는 사생활 침해로 불편하기만 할 것 같아 보인 이 집의 후손들이 부러웠어요 ㅎㅎ

 

 

 

  서백당에서 내려와서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양동마을의 자연 환경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 해보면, 마을 뒤로는 설창산에서 산등성이가 네 줄기로 갈라져 뻗어내려와 마을을 감싸듯이 서 있는데요. 그 갈라진 능산과 골짜기의 모양새가 勿자형의 지세를 이루고 있어, 조선시대에는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으로 꼽히는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지세로 인해 골짜기 밖에서는 마을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아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고, 반대로 마을이 골짜기 안에 있으니 자연이 감싸는 듯하여 마을 안에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 같은 안화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저도 마을 입구에서는 골짜기 안에 이렇게 많은 집들이 있는 줄 몰랐고요. 또 마을 안에 들어서면 바깥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산 속의 규모가 꽤 큰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가 2018년의 양동마을이 아니라 먼 과거의 양동마을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어요. 주변에 현대식 건물도 보이지 않으니,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 마을의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경주 손씨와 함께 이 마을의 중심을 이루었던 여강 이씨의 종가로 이용되어 온 <무첨당(無忝堂)>입니다. 폭이 넓직한 대문을 지나면 넓은 마당을 앞에 둔 'ㄱ'자형의 사랑채인 무첨당이 보이며, 그 우측으로는 'ㅁ'자형의 안채가 보입니다. 그 사이로 난 가파른 계단길 위로는 사당이 자리잡고 있지요. 이 중 사랑채인 무첨당은 보물 제 41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구역은 사랑채 앞 마당까지였습니다.

  후손으로 보이는 분들이 대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기에 건물 가까이로는 다가가지 못하고 마당에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무첨당을 바라봅니다. 본래 이 건물은 별당으로 지어졌으나 현재에는 사랑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청을 중심으로 좌측에 안방이 있고, 안방에서 누마루가 시원하게 뻗어나와 있는데 그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날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저 누마루에 앉아서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ㅋㅋㅋ 반대편인 건넌방에는 반 칸 규모로 딸려나온 공간이 있는데, 책을 보관하는 도서실이라고 합니다. 서백당과 달리 마당에서 무첨당을 보는 것 외에는 더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일찍 나오게 됐습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보물 제 412호로 지정된 <향단(香壇)>입니다. 이곳은 양동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이언적이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던 동생 이언괄에게 지어준 가옥이라고 합니다. 양동마을의 대표적인 고택이라고도 합니다만, 관광객에게 개방된 구역은 행랑마당뿐이었기 때문에 마당에서 행랑채만 잠깐 보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멀리서 잘 보이는 고택이기 때문에 멀리서 사진을 잘 찍었다면 전경 사진이라도 소개할텐데요. 하지만 향단을 잘 담아낸 사진을 찍지 못해서(...) 그런 사진은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길을 걷다가 활짝 피어있는 꽃이라도 한 장 찍어봅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한 곳 더 가보기로 합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보물 제 442호로 지정되어 있는 <관가정(觀稼亭)>이었어요. 이곳은 성종, 중종 시기에 활동했던 손중돈이 살던 가옥이라 합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문으로 올라가는 계단길도 꽤 가파랐어요.

 

 

 

  대문을 지나면 좌측에 일자로 길게 뻗은 사랑채가 보입니다. 이곳도 누마루가 붙어 있는데요. 높은 지대에 지어진 건물이니 이곳 누마루에 올라서면 전망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관광객은 누마루에 올라가볼 수 없으니, 대신에 비슷한 높이에 있던 중문 앞에 서서 전망을 감상해봅니다. 마을 바깥 쪽을 지나가는 철도는 물론이고 그 뒤로 형산강까지 내려다보여 경치가 정말 좋았어요.

 

 

  안채의 경우에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서(...) 사진을 따로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구조는 안마당을 중심으로한 'ㅁ'자형으로, 경치 감상하기 좋을 정도로 개방적인 사랑채와 달리 폐쇄적인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꽤 어두운데다가, 생각보다 공간이 좁아서 사진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ㅜㅜ

  안채에서 나와 우측으로 돌아나오면 사당이 보입니다. 사당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당 앞의 마당 담장 아래로는 수석들이 놓여있어 소박하지만 우아한? 정원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관가정을 끝으로 양동마을의 주요 건축물을 둘러보기를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양동마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들 외에도 민박 체험을 할 수 있는 고택도 있으며, 식사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게들도 있었습니다. 조금 여유있게 마을을 둘러보고 싶다면 이런 곳들의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여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저는 경주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기에 길게 쉴 수는 없었고, 잠깐 간식이나 먹으며 더위를 식히기로 했어요. 마침 관가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보여서 들어왔습니다. 노부부께서 운영하시는 가게였는데요. 이 날은 할머님께서 아프셔서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고, 할아버님께서 혼자 가게를 보고 계신다 하셨요. 그런데 할아버님께서 카드기를 사용하실 줄을 모르셔서 하마터면 계산을 못할 뻔 했습니다 ㅠㅠ 이미 아이스크림을 손에 받아버려서 이를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가방에 현금이 좀 있어서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예쁘게 쌓아올린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늘 진 곳에 앉아 쉬고 있으니 바람도 솔솔 불고 정말 좋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양동마을에서 1박 하며 여유있게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가게를 빠져나와 마을을 나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한 곳을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처음에 화장실 이용하려고 들렀던 양동마을 문화관인데요. 이곳 전시실에서는 양동마을의 여러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고, 또 구석구석 둘러볼 수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고택들의 미니어쳐도 전시하고 있어서 마을 관람 중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울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는 고택들 미니어쳐와 구조도, 그리고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요. 하나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에어컨이 무지 빵빵했다는 것! 진짜 시원했어요 ㅋㅋㅋㅋ

 

 

  요렇게 고택에 있었을 가구나 생활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었고요.

 

 

 

  고택 미니어쳐와 구조도도 소개하고 있었어요. 향단과 관가정은 직접 방문했음에도 제대로 둘러볼 수 없어서 참 아쉬웠는데요. 그 아쉬움을 여기서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이 날 방문하지 못했던 건물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구요.

 

 

  마지막으로 이 마을에 처음 입향한 손소의 초상을 감상합니다. 이 그림은 보물 제 121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양동마을에 있는 것은 복제품인 듯 합니다.

 

  이렇게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끝으로 양동마을 여행을 끝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아 여유롭게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너무 덥기도 했고요. 다음에 날씨 좋은 시기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여유롭게, 한 번 더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제 저는 버스를 타고 경주 시내로 들어가서 여정을 이어갑니다.

 

 

※ 경주 양동마을 정보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125

찾아가는 방법: 경주 버스 200, 201~208, 212, 217번 버스, 포항 버스 600, 700번 버스 이용, 양동마을 입구 하차, 도보 15분(경주 버스 203은 양동마을 매표소 근처까지 진입하므로 시간이 맞다면 이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

관람시간: 4~9월 09:00-19:00 / 10~3월 09:00-18:00

입장료: \4,000

전화번호: 054-762-2630

홈페이지: http://yangdong.invil.org/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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