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_True_Style 2020. 3. 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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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때까지 호텔에서 쉬며 놀다가 늦은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행 둘째날 여정은 여기저기 많이 안 돌아다니고 꼭 가보고 싶었던 <불국사(佛國寺)>만 다녀오기로 합니다. 불국사는 굳이 어떤 설명을 달지 않아도 될만큼 우리에게 너무 유명한 절이죠. 저는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해드렸던 <동궁과 월지(東宮과 月池)>처럼 불국사도 거의 10년 만에(...) 재방문하는 곳이었어요. 경주 자체를 10년만에 찾은 거라 경주 내의 명소들을 그 동안 못 가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https://mtssc.tistory.com/628 (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 야경, 2018년)

 

  시험 공부를하다 보면 가끔씩 불국사 사진이나 관련된 글을 보게 되고, 그러면 아 언제 경주에 한 번 다녀와야하는데~ 하면서 사진들을 더 검색해보고 여행 계획도 짜보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래저래 핑계를 대면서 미루거나 다른 여행지를 먼저 다녀오다보니 결국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는거라 무척 설레고 기대되었지요 ㅎㅎ

 

  운이 좋게도 이번 불국사 방문 때에는 단체 관람객들과 동선이 엇갈리는 등 다른 관람객들을 자주 마주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불국사 경내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적으니 관광지스럽지 않고, 사찰 특유의 고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훨씬 좋았지요.

 

  자, 그러면 불국사로 들어가볼까요 :)

 

 

 

  버스를 타고 불국사 입구에 도착해서 조금 걸어오르면 불국사의 입구인 일주문(一柱門)이 보입니다. 사찰로 들어가는 첫번째 문인 일주문은 이곳을 지나면서 속세의 번뇌를 깨끗이 씻어내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문이라고 해요. 불국사의 뜻은 '불국정토(佛國淨土)', 그러니까 부처가 살고 있는,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난 세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불국사의 일주문을 지나면서 '나는 이제 부처가 사는 이상적인 세상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며 지나면 되겠지요 :)

 

  일주문 옆으로는 불국사가 세계유산임을 알리는 큰 표지석도 보입니다. 불국사는 1995년에 인근에 있는 <석굴암(石窟庵)>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어요. 참고로 경주의 문화유산들은 총 네 번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는데요. 불국사와 석굴암이 그 첫번째고, 둘째는 경주 시내에 넓게 퍼져있는 경주역사유적지구, 세번째로 등재된 곳은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이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경주 <옥산서원(玉山書院)>이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서원들과 함께 등재되었습니다. 저의 이번 경주 여행 때에는 불국사, 경주역사유적지구의 일부, 그리고 양동마을이 여정에 포함되었구요. 경주 내의 다른 세계유산을 찾아간 이야기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mtssc.tistory.com/617 (경주 양동마을, 2018년)

https://mtssc.tistory.com/620 (경주역사유적지구 - 첨성대, 계림, 경주 월성, 2018년)

 

 

  입구에 있는 안내도를 보면서 대충 어떻게 둘러볼지 동선을 짜봅니다. 저는 일주문을 지나서 천왕문(天王門)을 지나고, 청운교(靑雲橋)와 백운교(白雲橋), 자하문(紫霞門)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합니다. 그리고 좌측으로 돌아서 극락전(極樂殿)과 대웅전(大雄殿)을 순서대로 관람하고, 북쪽 계단으로 올라가 관음전(觀音殿)과 비로전(毘盧殿)을 보고 돌아나오기로 했어요.

 

  시간이 된다면 불국사 성보박물관도 들러서 소장 유물을 관람하고, 버스를 타고 석굴암에도 다녀올까 했는데요. 시간은 충분했는데 이 땐 미리 공항으로 가 있어야할 것같은 압박감에(...) 박물관과 석굴암은 못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국제선도 아니고 국내선 비행기 타는데(...) 왜 그랬을까요 흑흑....... 참고로 박물관에는 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비롯해 불국사의 소장 유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못 가봤으니 이걸 핑계 삼아(?)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불국사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 

 

 

  불국사 입장료는 5,000원이었습니다. 한국의 다른 절들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명소들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별 생각없이 지불했어요. 참고로 2020년 현재는 입장료가 한 번 더 인상되어서 6,000원입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큰 연못과 다리 하나가 나옵니다. 연못은 반야 연지라고 불리고, 다리는 해탈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불국사에 원래부터 있던 것들은 아니고, 1970년대에 불국사를 정비, 복원하는 과정에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연지와 해탈교 뒤로 토함산(吐含山)까지 보이는데 그 풍경이 꽤 아름다웠습니다.

 

 

  연지를 지나면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천왕들이 모셔져 있는 천왕문에 도달합니다. 예전에 왔을 땐 이 앞에서부터 관람객들이 많아 북적북적거렸던 것 같은데요. 이 날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 한 명만 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뿐, 드나드는 사람이 없어서 고요했습니다. 이 때부터 정말 뭔가 복잡한 것들을 다 내려놓고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달까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국천왕(持國天王), 증장천왕(增長天王), 다문천왕(多聞天王), 광목천왕(廣目天王)이 모셔져 있습니다. 각각 동, 남, 북, 서쪽을 지키는 신이며, 비파, 칼, 탑, 용을 들고 서 있지요.

 

 

  천왕문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오면 정연하게 쌓아올린 석축과 돌계단, 그리고 화려한 전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문은 자하문이고, 그 아래에 청운교와 백운교라는 이름의 돌다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양 옆으로는 범영루(泛影樓, 좌측), 좌경루(左經樓, 우측)라는 누각이 서 있습니다.

 

 

  본래 석축 앞으로는 구품연지라고 하는 연못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1970년대 복원 및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 연못을 복원하지 않아 현재는 이렇게 잔디만 남아있습니다. 만약 연못이 함께 복원되었더라면 연못에 비친 전각과 석축의 모습이 어우러져 더 아름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라도 복원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 궁금해졌어요.

 

 

  하나의 돌계단처럼 보이지만, 아랫 부분은 백운교, 윗 부분은 청운교라는 이름이 각각 붙어 있습니다. 계단이지만, 다리(橋)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일반인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계단을 걸어서 자하문을 지나면 부처를 모신 대웅전이 나와요.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서 이곳까지 쭉 걸어온 다음에, 백운교와 청운교, 그리고 자하문을 통과하여 대웅전의 부처를 만나는 루트로 걸어가는 것이 본래 불국사를 건설할 때의 계획했을 참배 루트일텐데요. 아쉽게도 현재 이 다리는 문화재로서 보호 받고 있어 직접 올라갈 수 없습니다. 빙 둘러서 가야하지요.

 

  이 백운교와 청운교 부분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며, 자하문 역시 통일신라시대에 처음 만들어졌으나 현존하는 것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을 보수한 것이라고 합니다.

 

 

  직접 올라갈 수는 없으니 아쉬운 마음에 이쪽에서도 한 번, 저쪽에서도 한 번씩 더 둘러봅니다. 두 다리는 목조 건물의 양식을 모방하여 쌓은 석축과 무지개 모양의 홍예가 잘 떠받치고 서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난간 부분도 살짝 곡선으로 깎아 섬세하고 아름다웠어요. 직접 걸어올라가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네요 ㅎㅎ

 

 

  여러 전각들을 떠받치고 있는 석축 또한 모양이 독특한데요. 아래 쪽은 먼저 자연석을 쌓고, 그 위로 가공 석재를 쌓아 올렸고요. 위쪽은 수직으로 석축을 세우고 그 위에 인방석(引枋石)을 올려 네모난 공간들을 여러 개 만들어 내고, 그 사이에 자연석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완전히 인위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자연적인 것도 아닌 묘한 구성인데, 그러면서도 조화롭게 보이는 아주 독특한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석축을 쌓은 이유는 불국사의 지형 때문인데요. 토함산 기슭에 위치한 불국사는 남과 북, 그리고 동과 서의 높이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석축을 쌓아 평탄한 대지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배치한 것입니다. 비탈진 산 속에 세운 절이지만 평탄한 공간을 만들어 절을 조성했다는 것이 불국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불국사는 산사지만, 산사스럽지 않은(?)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이것은 범영루를 받치고 있는 석축인데요. 이것도 모양이 아주 독특합니다. 분명 석재를 사용하여 만든 것인데, 마치 목조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공포(栱包)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양 기둥 사이로 마치 항아리처럼 귀엽게(?) 생긴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것도 일종의 예술적인 표현인 것일까 싶었습니다.

 

 

  대웅전으로 통하는 문과 다리로 자하문과 청운교, 백운교가 있다면, 대웅전 서쪽에 위치한 극락전으로 통하는 문과 다리로는 안양문(安養門)과 연화교(蓮華橋), 칠보교(七寶橋)가 있습니다. 먼저 본 자하문 쪽의 것들과 비교해보면 규모가 조금 작은 편이죠.

 

 

  안양문에서 절 안 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 당간지주(幢竿支柱)를 볼 수 있습니다. 불화를 그린 당()이라는 것을 걸던 당간을 지탱하기 위해 세운 돌기둥인데요. 불국사에는 당간은 남아있지 않고, 당간지주만 두 쌍이 남아있습니다. 높이 세운 당간을 통해 이곳이 신성한 구역이었음을 알렸다고 해요.

 

 

  이제 석축을 지나 문 안쪽에 있는 전각들을 하나씩 둘러보기로 합니다. 석축을 돌아서 서쪽에서부터 전각을 관람했기 때문에 대웅전이 아닌 극락전부터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극락전은 서방 극락세계의 부처인 아미타 부처를 모신 법당으로, 현재 불국사의 극락전은 조선 후기에 다시 짓고, 일제강점기 때 중수한 것이라고 합니다. 건물은 후대에 재건한 것이지만 통일신라 시대의 것들도 남아있습니다. 극락전 앞에 서 있는 석등과 극락전 안에 모셔져 있는 아미타여래좌상이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들이에요. 석등은 다소곳하게 서서 극락전 앞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요. 법당 내부에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던 아미타여래좌상은 국보 27호로 지정된 것으로, 근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불상이었습니다.

 

 

  극락전을 안양문을 통해서 들어와서 봤다면 그 첫인상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안양문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중압감을 주기보다는 엄숙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석등 앞에 황금돼지상이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서울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본래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던(?) 돼지상을 본따서 황금돼지상으로 만들어 극락전 앞에 둔 것이라고 하던데요. 뭔가 묘하게 극락전의 전반적인 소박한 분위기와는 잘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극락전에서 동쪽으로 가면 석가모니 부처가 모셔진 대웅전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측면에서 들어오며 대웅전을 봤지만, 자하문을 통해 들어왔을 때 보일 대웅전의 모습이 궁금해서 굳이 자하문 앞으로 가서 다시 한 번 봅니다.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남아있는 것은 기단과 석등뿐이고, 현존하는 대웅전 건물은 자하문과 함께 조선 후기인 17세기 중반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불국사의 메인 법당답게 건물도 크고 웅장해서 극락당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좀 더 중압감이 있지요. 참고로 불국사 대웅전은 보물 174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웅전 앞으로는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불국사 3층 석탑(석가탑, 釋迦塔)과 다보탑(多寶塔)이 좌우에 각각 서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생긴 두 탑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법화경>에 나오는 내용을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 내용은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것을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이 옳다고 증명해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불교 경전의 내용을 반영하여 탑을 배치한 것도 센스 있지만, 양식이 완전 다른 두 탑을 배치한 덕분에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탑을 대비하여 보는 즐거움(?)을 주는 점도 참 좋습니다.

 

  석가탑이라고도 부르는 불국사 3층 석탑은 전형적인 신라식 석탑인데요. 비례와 크기에 있어서 같은 양식의 다른 탑들보다도 훨씬 균형과 안정감이 뛰어나 신라 석탑, 더 나아가 한국의 석탑을 대표하는 탑으로 꼽힙니다. 어릴 땐 바로 옆에 있는 다보탑이 훨씬 더 아름다워보여서 석가탑에는 눈길도 잘 주지 않았는데요(...). 머리도 좀 컸고, 학부 때 석탑에 대해서 조금 공부했던 것들도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석가탑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화려한 멋은 별로 없지만, 안정감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후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랄까요. 사진으로 보면 그리 커보이지 않지만 실물로 직접 보면 높이 10.75m로 꽤 높고 커서 그 장중한 느낌도멋있습니다.

 

 

  이번에 석가탑이 아름다워보였다고 해서 다보탑이 덜 아름다워보였던 것은 아닙니다. 다보탑은 그냥 스치듯 지나가면서 봐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니까요. 그 형태는 다른 석탑에서 찾아볼 수 없을만큼 독특한 것도 이 탑의 특징입니다.

 

  유럽에서 조각으로 많이 사용한 대리석은 깎기 쉽기 때문에 세밀한 기교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데요. 반면에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불국사 다보탑에 사용된 화강암은 그에 비해 조각하기가 매우 어려운 재료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목조 건축물에서 볼 법한 난간을 설치하고, 기와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해냈으니 다보탑을 둘러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본래 다보탑의 네 모서리에 각각 하나씩 서 있었다고 하는 사자상은 현재는 하나만 남아있습니다. 머리 부분(?)이 많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늠름한 자세로 탑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꽤 멋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조선 후기에 중건하고, 다시 20세기 초에 무너져 1970년대 복원하면서 세운 누각인 좌경루에서 본 풍경입니다. 이 누각에는 목어(木魚)와 운판(雲板)이 설치되어 있어요. 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불구(佛具)인 목어에는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는 항상 깨어 있기를 촉구하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해요. 구름 모양의 얇은 청동으로 만든 운판은 두드리면 맑은 소리가 나서 공양 시간을 알리는 도구로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목어와 함께 중생 교화를 상징하는 불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대웅전 뒷편에 있는 관음전으로 올라가봅니다. 이 날은 알록달록 예쁜 연등이 매달려 있었어요. 이곳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으로, 관세음보살은 이승에서 고난 받는 중생을 자비로 구제하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민중들에게 많은 숭배를 받아온 보살이지요. 현재의 관음전은 현대에 복원된 것입니다.

 

 

 

  관음전 서쪽에 위치한 비로전 역시 최근에 복원된 법당인데요. 그 안에는 국보로 지정된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비로자나불상이 있습니다. 사진은 찍을 수 없었고요. 그 비로전 옆에는 고려 초기의 사리탑이 서 있습니다. 사리탑이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보관한 탑인데요. 이 사리탑은 보물 61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전체적인 모양은 마치 석등과 비슷한데요. 여기저기 섬세하게 조각을 해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간 부분에는 구름무늬가 화려하게 새겨져있고요. 탑의 몸 부분(탑신)에는 깊지 않게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겨두었습니다.

 

 

  극락전 뒷편으로는 건물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본래 법화전이 있었다고 해요.

 

 

  한 쪽으로는 돌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것은 통일신라시대에 사용하던 화장실(!) 유구인데요. 두 돌을 붙여서 타원형의 변기를 만들어 사용했어요. 요즘은 공중화장실에서나 가끔 보이는 화변기와 비슷한 형태죠. 지금이야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내리면 물이 자동으로 내려와서 솨아아(...) 하고 오물을 아래로 밀어내버리는데요. 이 때는 그런 시스템까지는 갖추지 못했을테니 아마 옆에 물을 따로 받아다놓고 볼 일을 본 후에 그 때 그 때 물을 부어서 오물을 흘려보냈을 거예요. 물을 퍼서 직접 오물을 흘려보내는 것이지만, 어쨌든 원리는 지금의 변기와 같습니다 :)

 

  보통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면 아무래도 그 시대를 대표할만큼 크고, 화려한 건물의 외관이나 장식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런 화려한 것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과거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 시대 사람들도 나름대로 지혜롭게 살았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또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 않고 당연시하며 사용하던 우리의 생활 용품들을 소중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요 ㅎㅎ

 

 

  이렇게 불국사 경내를 전체적으로 둘러본 후, 아쉽지만 이제 다시 속세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

 

 

  오랜만에 찾아간 불국사는 여전히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아 둘러보는 시간 내내 행복했습니다. 정말 잠깐 동안은 일상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날은 특히나 운이 좋게도(!) 관람객이 적었고, 그나마 몇 있었던 단체 관람객들과는 동선이 엇갈려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ㅎㅎ

 

  이번 방문 때 가보지 못한 박물관과 석굴암은 다음 방문 때 가보기로 하면서, 저는 이제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

 

 

※ 경주 불국사 정보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산15

찾아가는 방법: 경주역 혹은 불국사역에서 11번 버스 이용, 버스정류장 <불국사>에서 하차, 도보 5분 거리

관람시간: 3-8월 07:00-18:00 / 10월 07:00-17:30 / 2월 07:30-17:30 / 11-1월 07:30-17:00

휴무일: 연중무휴

입장료: \6,000

전화번호: 054-746-9913

홈페이지: http://www.bulguk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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