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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맛집 - 을지면옥서울/맛집, 카페 2016. 7. 19. 15:30반응형
오늘은 하루 휴가를 내고 쉬었어요.
거의 매달 하루씩 휴가를 쓰고 있지만(...)
아무 것도 안 하고 온전히 쉬는 것으로 휴가를 사용한 것은 정말 오랜만인 듯 합니다 ㅎㅎ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 할까 싶었는데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건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차려입고 집 밖을 나왔어요 :)
원래 계획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볼 생각이었는데
월요일이다 보니 전부 휴관(...).
할 수 없이 계획을 바꿔 맛있는 거나 먹고 시간 보내다가 집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동네가 <을지로>.
조선시대에는 구리개로 불리고, 일제강점기에는 황금정통(黃金町通)이라 불리다가
해방 이후 1946년에 고구려의 장수 을지문덕의 성씨를 따서
지금의 을지로라는 이름을 갖게된 거리입니다.
도로를 따라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고 있으며,
2호선 순환선을 '을지로 순환선'이라고 부르고 있어서
2호선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익숙한 거리 이름이지요.
을지로는 서울 4대문 안에 위치하여 역사가 오래된 거리이고,
지금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만큼 유명한 맛집들도 즐비한 곳인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서울의 대표적인 평양냉면 맛집, <을지면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
1969년 평양 출신의 할머니께서 1969년 경기도 연천에 평양냉면집을 열었고,
그 분의 두 딸이 서울로 올라와 냉면집을 차렸는데
그 중 한 곳이 을지면옥입니다. (다른 한 곳은 필동면옥)
참고로 세 식당의 냉면 스타일은 거의 유사하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맛 평가가 엇갈린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세 식당의 평양냉면은 같은 계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을지면옥이라 쓰인 간판
이라고 하기는 좀 뭐한 페인트로 쓴 상호아래의문으로 들어가면 긴 통로가 나옵니다.
평양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곳답게, 이 통로에는 북한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
그리고 북한의 지도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옛날 식당 분위기에, 사실상 몇 십년 전 경제 수준에 정체되어있는(...)
북한의 모습이 담긴 그림들이 있으니 갑자기 과거로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어르신들이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지요.
통로에서 느꼈던 옛날 식당 느낌은 이곳에서도 쭉 이어집니다.
2층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1층을 배정받아서 2층 구경은 못했어요.12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제 뒤로 몇 분 더 들어오신 다음으로는 전부 웨이팅...
식사 마치고 나와보니 긴 줄이 서 있더라구요 ㄷㄷㄷ
근처에 큰 회사들이 많아서 그런지 화이트칼라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는 홀로 식사중이시던 할아버님과 합석하여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어르신은 제 냉면이 나오기 전에 먼저 일어나셨지만... 또 다른 어르신이 오셔서 합석했음...)
을지면옥의 메뉴판입니다.
메뉴는 크게 냉면과 국밥, 그리고 고기로 나뉘어집니다.
저는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인 냉면을 시켰어요.
먼저 나오는 것은 따끈따끈한 면수.
별 맛이 안 나는 듯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면 묘하게 고소한 맛이 납니다.
식전 입가심용으로 먹는 것도 좋고, 냉면 먹고 나서
남은 면수를 마시면 입 안이 개운해지더라구요 :)
면수를 한 모금씩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데 냉면이 생각보다 금방 나왔습니다.
반찬으로 무절임도 같이 나옵니다.
<을지면옥>의 냉면(\10,000).
맑은 육수에 메밀이 들어간 면, 그리고 돼지고기 편육 두 점과
소고기 수육 한 점, 삶은 계란이 올라가며,
육수 위로 송송 썰어낸 파와 고추가루가 뿌려져 나옵니다.
육수는 슴슴하면서 묘하게 짭짤한 맛과 고소한 맛이 납니다.
고추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먹다보면 살짝 매운 맛도 느껴지구요.
면 역시 고소한 맛이 느껴져 씹을 수록 입에 잘 감깁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서울식 냉면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아무맛이 안 난다고 느껴질만큼 밍밍합니다.
그래서 평양냉면하는 식당은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다고 하지요.
저 같은 경우는 평양식 냉면을 먹는 건 이번이 세번째였는데요.
사실 처음 먹었을 땐 저도 '대체 이게 왜 맛있다는건가' 생각할만큼 맛이 없다구 생각했어요.
근데 정말 신기한 것은 그 다음 날부터
계속 그 오묘한 맛의 평양냉면 국물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렇게해서 이 심심한 맛의(그러나 오히려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평양냉면이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물론 그 전부터 좋아하던 서울식 냉면도 여전히 좋아해요)
서울식 냉면과 달리 평양 냉면은 양념 맛이 강하지 않아서
재료를 하나씩 씹을 때마다 재료 본래의 맛이 잘 느껴지구요.
면은 질기지 않아 후루룩후루룩 잘 넘어갑니다 :)
뭔가 건강해지는 그런 맛인데, 묘하게 중독성도 가지고 있어서
먹을 때마다 특이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을지면옥에서 아쉬웠던 점은, 돼지고기 편육의 누린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의 냉면에 갑작스런 돼지 누린내는 먹다가 '읍!'하게 만들더라구요.
같이 나온 무절임은 냉면 맛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새콤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먹을만 했습니다.
이건 작년 여름,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먹은 평양냉면인데요.
먹은지 1년이나 되어서(...) 을지면옥과 맛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북한 식당의 냉면을 더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확실히 기억합니다 ㅎㅎ
뭔가 이것저것 더 들어가있어 보이지만 밍밍하면서 묘하게 고소하고 짭짤한 맛은
북한 식당의 평양 냉면도 마찬가지였어요.
북한 사람들이 만든 평양 냉면이니 당연한 건데... ㅋㅋㅋ이쪽은 고기에서 누린내도 안 났어요 ㅎㅎ
북한 식당에서 먹은 냉면 맛이 너무 강하게 기억에 남아서
최근 중국 여행 갔을 때도 북한 식당을 가려고 했지만,
요즘 남북관계가 워낙 안 좋아서 혼자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못 갔었네요 흑흑...
얼른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평양에서 평양 냉면을 먹는 날이 오기를....... :)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해보여...* 을지면옥 정보
주소: 서울시 중구 입정동 177-1
찾아가는 방법: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 3가역 5번 출구, 도보 1분.
운영 시간: 11:00-21:00
휴무일: 첫째, 셋째주 일요일
전화번호: 02-2266-7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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