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과 월지(안압지) 야경

 

  경주 여행 첫날의 여정은 신라시대의 별궁으로 알려진 <동궁과 월지(東宮, 月池)>를 가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한때 '안압지(雁鴨池)'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요. 안압지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 호수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불린 이름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발굴 성과를 통해 신라시대에 사용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호수는 월지(月池)라고 불렸으며, 이곳에 있던 궁궐은 당시의 정궁이던 월성의 동쪽에 있어 동궁, 혹은 월지궁이라고 불렸다는데요. 이를 반영하여 현재는 동궁과 월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래 동궁과 월지에 있던 신라 당대의 건물은 이미 오래 전에 전부 소실되었는데요. 1970년대부터 발굴조사 및 정비를 시작하여 1980년대에는 3채의 누각을 복원하였고요. 호수 또한 정비를 통해 신라시대의 것으로 복원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명 시설도 설치하여 밤에는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야간의 동궁과 월지는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경주의 볼거리 대부분이 낮에 관람할 수 있는 무덤, 박물관, 사찰이다보니 밤에 볼거리는 부족한 편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동궁과 월지의 야경이 그 부족함을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궁궐이 있던 곳이라 그런지 호수와 정원의 규모도 꽤 커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도 야경 관람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적은 것도 동궁과 월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0년 전(...) 학부생 시절에 동궁과 월지의 야경을 보고 여름이라 모기에게 여기저기 다 물어뜯겼지만 감동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경주에 방문하여 그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해질녘에 동궁과 월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동궁과 월지 입장료는 2018년 기준으로 2,000원이었습니다. 현재는 1,000원 인상되어 3,000원입니다. 티켓에도 동궁과 월지의 야경 사진이 들어가있네요 :)

 

 

 

  해질녘에 미리 들어가서 전각 3채 아래를 거닐고, 불이 들어올 시간 즈음에 전각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야경 감상할 준비를 합니다. 동궁과 월지는 여러 각도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양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 채의 전각이 정면으로 보이는 맞은편 자리에서 야경을 보는 게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정원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건 아니라 밤에는 전각 쪽을 제외하면 대체로 어두컴컴하거든요. 

 

  시간이 지나 마침내 잔잔하고 넓은 호수에 불빛을 받은 석축과 누각이 비치는 동궁과 월지의 야경이 펼쳐집니다. 약 10년 만에 보고 싶던 야경을 보니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또 그 동안 겪은 많은 일들도 떠오르고요 ㅎㅎ 혼자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월지 주변을 거닐기도 하면서 야경도 감상하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높은 석축과 전각의 야경도 아름답지만, 구불구불한 길을 감싸듯 조성된 숲 속을 거니는 것도 좋습니다. 또 현재는 주춧돌만 남아있는 건물터를 보면서 과거에 훨씬 웅장하고 화려했을 신라 동궁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야경도 감상하고 동궁의 흔적들을 살펴보며 월지 한 바퀴를 돌고 이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동궁과 월지에서 아쉬운 점 하나만 꼽자면, 매표소 쪽 안내판(?) 조명 빛이 너무 세다는 점이었어요.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은은하게 빛이 나는데, 오히려 입구에서 번쩍번쩍 하얗게 빛나고 있으니까 영 안 어울리더라고요(...). 관광객들에게 잘 안내하기 위해 해놓은 것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빛이 강하니 오히려 동궁과 월지의 관람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준다면 훨씬 좋은 분위기 속에서 관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자, 이제 저는 여행 첫날의 여정을 마무리 하고 이 날 묵을 숙소로 갑니다~

 

 

※ 경주 동궁과 월지 정보

 

 

주소: 경북 경주시 인왕동 517

찾아가는 방법: 경주 버스 10, 11, 600, 700번 등의 버스를 이용, 버스 정류장 <동궁과 월지>에서 하차

이용시간: 09:00-22:00 (입장 마감 21:30)

휴무일: 연중무휴

입장료: \3,000

전화번호: 054-750-8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