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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단풍 명소 - 창덕궁 후원 단풍 구경서울/관광 2020. 12. 26. 15:03반응형
오늘은 다녀온지 1년도 더 지난(...) 창덕궁 단풍 구경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바깥은 찬바람 부는 한겨울이지만, 단풍 사진들을 보면 오랜만에(?) 선선한 가을 분위기를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
다들 단풍 구경을 다니던 11월 초의 토요일, 저도 단풍 구경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작년(2018년)에는 기차를 타고 영주 부석사에 다녀왔었는데요. 이 해(2019년)에는 멀리 나가기에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부담이 되어서 그냥 서울 내에 있는 단풍 명소를 찾아가기로 했지요. 그러고보니 2018년에 다녀온 부석사도 아직 포스팅을 안했네요(...).
밀린 게 너무 많아요 ㅠㅠ어쨌든 서울 내에 있는 여러 단풍 명소 중에서 어딜 가볼까 고민하다가, 가파른 산이 아니어서 걷기도 편하고(ㅋㅋ) 좋아하는 장소라 평소에도 종종 방문하던 곳인 <창덕궁>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그래서 단풍 절정기의 어느 주말 오전에 아는 형님과 다녀오게 됐습니다. <종로3가역>에서 만나서 역 근처에서 아점을 먹고 창덕궁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 도착해보니 단풍 절정기에다가 주말이라 역시 관람객이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오전이라 그렇게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는 않아보여 다행이다 싶었어요.
창덕궁은 궁궐전각 구역과 후원 구역을 나눠서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궁궐전각 구역은 업무 공간, 생활 공간 등 일상적인 활동이 행해지던 장소들이고요. 후원 구역은 왕실의 정원으로 꽤 넓은 공간 곳곳에 정자나 연못 등이 조성되어 있어요. 후원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만큼 예쁜 곳이라서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면 종종 후원을 다녀옵니다 ㅎㅎ 단풍을 보려면 나무가 많은 후원 구역을 가야해요. 그래서 매표소에서 처음부터 궁궐전각 구역 티켓(\3,000)과 후원 구역 티켓(\5,000)을 구입했어요.
참고로 후원 구역은 해설사와 함께 관람해야 하는 제한 관람 구역이에요. 그래서 티켓에 적힌 시간까지 후원 입구에 도착한 후에, 해설사와 후원에 입장해서 관람 끝날 때까지 해설사를 따라다니며 정해진 구역만 관람을 하게 되는데요. 단풍 절정기였던 11월 초는 방문객이 워낙 많을 때여서 그랬던 것인지 정해진 시간에 입장해야 한다는 조건만 있었고, 해설사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어요. 단풍 관람하기에는 자유 관람이 훨씬 편안하고 좋으니 저희 입장에서는 완전 이득이었죠 히히...
단풍 구경이 주 목적이기는 했지만, 막상 궁 안으로 들어오니 전각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겠더라고요 ㅎㅎ 후원 입장 시간까지도 조금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몇몇 구역들을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전각 관람 시작은 역시 창덕궁의 정전(正殿)인 <인정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인정전 서쪽은 <궐내각사>라고 부르는 구역으로 크고 작은 건물들이 여럿 모여있어요. 이 구역은 최근에 다시 복원된 곳들로, 저는 궐내각사가 개방된 직후에 있었던 특별관람을 통해서 구석구석 둘러본 적이 있었어요. 궐내각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 링크를 남겨드리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mtssc.tistory.com/498 (창덕궁 궐내각사 특별관람, 2016년)
다시 돌아나와서 이번에는 19세기 중엽에 조성된 구역인 <낙선재>도 둘러봅니다.
낙선재 구역은 당시 사대부들이 살던 집의 형식을 따라 지었다는 특징이 있어요.
금수저의 은수저 코스프레?궁궐 내의 다른 전각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차이점은 바로 단청을 칠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단청이 없으니 왕실 건물치고는 덜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대신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줍니다. 권위, 위엄과 사람 냄새나는 친근함은 반비례하는 것인가 봅니다.그래도 궁궐 전각답게 창호(窓戶) 문양도 화려하며, 규모도 일반 사대부 주택보다 큰 편이에요. 궁 밖에 있는 유명한 양반 가옥들을 가보시면 알겠지만, 낙선재 구역은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가 있어요. 창호 외에도 누마루 아래의 갈라진 얼음 모양을 한 문양(빙렬(氷裂) 문양)이라던지, 뭔가 중국 느낌이 나는 원형문 등 다양한 꾸밈이 집안 곳곳에 새겨져 있죠.
제가 좋아하는편안하면서도 럭셔리함도 갖춘(?!)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https://mtssc.tistory.com/431 (강릉 오죽헌, 2016년)
https://mtssc.tistory.com/223 (논산 명재고택, 2014년)
낙선재 뒷편으로는 각종 화초와 굴뚝이 서 있는 화계가 서 있고, 그 위에는 <상량정>, <한정당> 등 작은 건물들이 낙선재 권역을 감싸듯 서 있어요. 보통은 화계 위로 올라갈 수 없지만, 특별 관람을 통해서 올라가볼 수 있는데요. 저는 3년 전에 '창덕궁 달빛기행' 관람으로 화계 위로 올라가 건물들을 살짝 둘러본 적이 있어요. 함께 소개해드리면 좋을 텐데 아직 달빛기행 후기를 포스팅하지 못해서(...) 자세히 소개해드리기가 어렵네요. 정말 예쁜 공간이니 얼른 사진을 정리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
낙선재 권역을 둘러보고 나니 후원 입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궁궐전각 관람을 마무리하고 후원 입구로 갔습니다. 티켓 확인 후 후원으로 진입하면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공간은 <부용지> 권역이에요. 둥근 섬이 있는 네모난 연못을 중심으로 <주합루>, <영화당>, <부용정> 등 여러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서니 마음은 한껏 들뜨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 단풍 나무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다만 날이 많이 흐렸어서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카메라에는 그렇게 예쁘게 담기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ㅠㅠ
부용지를 지나 후원 안으로 더 들어가면 이번에는 부용지보다는 작은 연못인 <애련지> 권역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곳 연못에는 17세기 말 숙종이 세우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 <애련정>이 있습니다. 애련(愛蓮)이란 연꽃을 사랑한다는 의미인데, 숙종이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내 연꽃을 사랑함은 더러운 곳에 처하여도 맑고 깨끗하여 은연히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네요. 연못 이름이 애련지가 된 것도 애련정이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화려한 부용정에 비해 애련정은 크기도 작고 단촐해서 어딘가 여리고 곱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소곳하게(?) 애련정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보이기도 해요.
애련지 바로 근처에는 낙선재처럼 사대부의 가옥 형식을 따른 <연경당>이 있습니다. 19세기 전반, 순조 시절에 지어졌다고 하는데요. 이 당시의 연경당은 지금과 달리 연회나 공연을 하기 좋은 형태의 건축물이었다고 합니다. 사대부 가옥 형식을 갖춘 현재의 연경당은 19세기 중반 고종 시절에 새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고종 시기 이후의 연경당은 궁궐의 향기(?)가 어느 정도 느껴지던 낙선재보다도 더 사대부 가옥의 느낌이 나는 곳이에요. 행랑채를 거쳐 사랑채와 안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의 구조가 재현되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또,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다보니 주변 풍경 부분에서도 궁궐이 아니라 한적한 마을에 있는 양반 고택에 온 기분이 들게 합니다. 단풍 나무들 덕분에 한층 더 고즈넉한 분위기도 느껴졌답니다. 연경당 또한 낙선재와 같이 사대부 가옥을 따라한 건축물이지만 차이가 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요. 99칸의 제한이 걸려 있는 일반 사대부의 가옥과 달리 연경당은 100칸이 넘고, 벽이나 창호 등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여 양반들과는 다른 왕실의 클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경당에서 나와 다음 정원 구역인 관람지 권역으로 왔습니다. 이곳은 17세기 중엽 인조 시절에 세워진 <존덕정>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구역이라고 합니다. 본래는 작은 연못들이 있던 곳이지만, 20세기 전반에 지금과 같이 하나의 연못으로 통합되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을 거치며 <관람정>, <승재정>과 같은 정자들이 연못 주위에 세워졌어요.
최근에 세워진 곳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원 내에서 이 공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관람정과 연못이 어우러진 풍경을 좋아해서 후원에 오면 여긴 꼭 보고 가지요 ㅎㅎ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람정과 관람지가 잘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벤치도 설치되어서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더 좋아졌습니다. 단풍나무들과 연못 속에 부채꼴 모양의 예쁜 관람정이 홀로 서 있는 이 구도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이 날도 여기서 사진을 가장 많이 찍고 같이 온 형님은 알아서 돌아다니게 하고 혼자 멍하니 서서 풍경 감상 했네요 ㅎㅎㅎ
관람지를 지나 이번에는 조금 많이 산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그러면 관람할 수 있는 마지막 정원 구역인 <옥류천> 권역이 나와요. 후원에서도 가장 북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거대한 바위인 <소요암>을 중심으로 여러 정자들이 서 있습니다. 바위는 인공적으로 깎아 물길을 내어서 작은 폭포를 만들었는데요. 이 물 길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유상곡수연을 즐긴 시설 유적으로 남아있는 또 다른 곳은 신라시대의 유적인 경주의 <포석정>이 있습니다.
옥류천 일대에 있는 다양한 정자들은 경치 감상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정자 안으로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정자들 마다 다양한 각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정자들 자체도 볼거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의정>은 창덕궁에서는 유일하게 초가지붕 건물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앞에 작은 논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특이하지요. 왕은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백성들의 고단함을 몸소 느끼고자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 사대문 안에서는 유일한(!) 논으로써 문화재청과 농촌진흥청 관계자들 등이 모내기, 벼 베기 행사를 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옥류천 권역까지 둘러보는 것으로 창덕궁에서의 단풍 구경을 끝마쳤습니다. 날씨가 조금 아쉽기는 했어도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들과 전통 정원이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단순한 자연 경관 감상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기행도 할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단풍 구경이었네요 :) 한겨울에는 눈이 펑펑 내린 직후에 가면 전통 정원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겨울 중에 눈이 펑펑 오는 날이 있다면 설경 보러 창덕궁에 다녀와볼까 합니다.
※ 창덕궁 정보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찾아가는 방법: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또는 서울 지하철 1, 3, 5호선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관람시간: (궁궐전각) 2-5월 09:00-18:00, 6-8월 09:00-18:30, 9-10월 09:00-18:00, 11-1월 09:00-17:30 (입장마감은 1시간 전까지) / (후원) 2월 10:00-17:00, 3-5월 10:00-17:30, 6-8월 10:00-18:00, 9-10월 10:00-17:30, 11월 10:00-17:00, 12-1월 10:00-16:30 (입장 마감은 1시간 30분 전까지)
입장료: (궁궐전각) \3,000 / (후원) \5,000
휴무일: 월요일
전화번호: 02-3668-2300
홈페이지: http://www.cd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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