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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야간 개장 - 창덕궁 달빛기행서울/관광 2021. 3. 10. 18:15반응형
오늘은 2017년 가을에 창덕궁 특별관람 프로그램, <창덕궁 달빛기행>에 다녀온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다녀온 지 벌써 3년 반이나 지났는데요(...). 포스팅하는 것을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사진 폴더를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뒤늦게 포스팅합니다 흑흑.......
서울의 궁궐들 중 야간에도 관람이 가능한 궁궐들이 있습니다. 우선 <덕수궁(경운궁)>은 상시 야간 관람이 가능하고요. 몇 년 전부터는 <경복궁>과 <창경궁>도 특정 기간동안 일부 구역에 한정하여 야간 관람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써 궁궐들의 밤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지요.
반면에 <창덕궁>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야간 관람은 여전히 불가능합니다. 대신에 창덕궁에서는 소수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금 더 퀄리티 있는' 야간 궁궐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창덕궁 달빛기행입니다 :)
달빛기행은 매년 상,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서 특정 기간 동안 운영을 하는데요. 약 1시간 30분 동안 해설사와 함께 창덕궁 및 후원 여러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창덕궁의 야경도 감상하고, 전통 공연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갔던 2017년의 경우에는 한 회차당 100명의 관람객만 한정하여 입장이 가능하였는데요. 요런 규칙은 이후에도 비슷하게 유지된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100명의 관람객도 여러 팀으로 나눠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서 관람을 하였기 때문에 북적거리지 않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궁궐 관람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한정판(?) 개념의 프로그램이다보니 일반 궁궐 야간 관람보다 입장료는 훨씬 비싸지만(인당 30,000원), 비싼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느낄 만큼 구성이 알차서 아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달빛기행 티켓 예매를 오픈하면 순식간에 매진이 될 만큼 인기가 많아요!
초반 설명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그럼 어떤 구성으로 창덕궁의 밤 풍경을 감상하고 왔는지, 지금부터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2017년 10월 어느 날, 달빛기행 예매를 어렵게 성공한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창덕궁에 도착했습니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敦化門) 앞에는 먼저 온 관람객들이 있었고, 궁문 옆으로는 내시(?) 옷을 입고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는 직원 분들이 계셨어요.
신분증을 통해 예약을 확인하니 달빛기행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소책자 하나와 핫팩을 주십니다. 저녁에는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서 관람을 해야 하는데, 요렇게 핫팩을 나눠주시니 센스 있고 좋았답니다.
본격적으로 궁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돈화문 앞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열립니다. 교대 의식이 끝나면 궁문을 지키는 아조시들 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어도 됩니다 :)
수문장 교대식을 본 후, 안내하시는 분들의 안내에 따라 궁 안으로 들어왔어요.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달빛기행 관람이 시작되는데요. 3팀 정도? 팀을 나눠서 각 팀마다 인솔하시는 해설사 분을 따라다니며 이동을 하게 됩니다.
달빛기행의 관람 코스는 이렇습니다. 꽤 구석구석 둘러보지요. 창덕궁 내에서도 예쁜 공간들은 거의 다 둘러보면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낮에 운영되는 관람과 비교해보면요. 먼저 일반 관람권을 가지고 있으면 관람할 수 있는 전각 구역에서는 인정전과 낙선재를 둘러보게 되고요. 후원 관람권으로 가볼 수 있는 부용지와 연경당 일대를 둘러보게 됩니다.
그리고 달빛기행 관람을 통해서만 가볼 수 있는(!) 특별한 구역도 존재합니다. 위 지도에서 낙선재 옆에 있는 5. 상량정이라는 곳인데요. 이곳은 평소에는 관람이 제한되어 있어서 들어가 볼 수 없는 곳인데, 특별히 달빛기행 관람 중에 가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창덕궁의 정전, 인정전(仁政殿)입니다. 해설사 바로 뒤에 따라가서 (그러니까 다른 관람객들보다 앞에서서) 인정문을 통과하니,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고 홀로 서 있는 인정전이 보였습니다. 저, 그리고 뒤따라오던 다른 관람객들 모두 다 같이 탄성을 냈어요.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북적거리는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일반적인 궁궐 야간 관람도 축제스러운 분위기도 나니 나름 좋은데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는 이렇게 궁궐 전각들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분위기가 더 좋더라고요.
비싸고 조용한거 좋아하는 사람일렬로 서 있는 품계석들마다 앞에 작은 전등이 놓여 있는데요. 이런 것마저도 분위기 있어 보였습니다.
곡선미가 보이는 인정전은 어두운 밤하늘 아래 서서 올려다보니 더욱 아름다워 보였어요.
인정전 내부는 노란 커튼과 전등이 달리는 등 다른 궁궐의 정전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요소들이 추가되어 있었는데요. 이는 순종 즉위 이후 및 일제 강점기에 변형이 가해진 것들이랍니다. 내부 모습은 낮이나 밤이나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ㅎㅎ...
화려한 인정전을 뒤로하고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낙선재(樂善齋)였습니다. 이 일대는 대한제국 황실 가족이었던 영친왕(1897~1970), 이방자 여사(1901~1989) 부부와 덕혜옹주(1912~1989)가 마지막까지 생활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궁궐 전각의 일부지만 사대부 양반들의 가옥 형식을 따라지었기 때문에 단청도 없고 약간 소박한 느낌이 나지요. 그래도 궁궐은 궁궐이라 양반가보다 규모도 더 크고, 화려한 편입니다.
방마다 불을 켜놓았는데요. 덕분에 창호지를 통해 은은한 빛이 비쳐주는 다양한 창살 문양들이 눈에 띄었어요. 낙선재 전각들에는 다양한 창살 문양들이 있어서 요런 것들 찾아보는 재미가 있지요.
후술 하겠지만 달빛기행 관람 마무리할 때 나눠주는 선물도 낙선재의 창살 문양으로 만든 책갈피였는데요. 그것도 참 예쁘답니다 :)
자, 이제 낙선재 권역에서도 평소에 비공개되던 공간인 상량정(上凉亭)으로 갑니다. 낙선재 건물들 뒤편에는 꽃나무들과 괴석이 놓인 예쁜 화단이 있는데요. 그 옆 계단을 통해 올라갑니다 :)
화단 위쪽에도 작은 건물들이 몇 채 있는데요. 이들을 연결하는 문을 지나면,
이렇게 육각형의 아름다운 누각인 상량정이 나와요. 정말 정말 최고였던 게, 상량정 안에서 한 분이 홀로 대금을 연주하시는데요. 이게 정말 분위기 최고였습니다. 평소에 올라오지 못하는 장소를 처음 본 것만으로도 좋은데, 여기서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니 정말 감동해버렸지요! ㅠㅠ
다만 프로그램상 여기에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고 잠깐 감상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해서 참 아쉬웠어요.
상량정을 지나, 이제는 후원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일 년에 한 번 이상 꼭 방문할 만큼 후원을 참 좋아하는데요. 밤의 후원은 처음 보는 거라 어떨지 정말 기대가 되었답니다.
후원에서 처음 만나는 구역은 부용지 일원입니다. 살짝 높은 지대에 세워진 2층짜리의 누각인 주합루(宙合樓)는 조명을 받아 더욱더 화려해 보였고요. 조명을 받아 빛나는 건물들과 나무들을 다시 잔잔한 부용지가 비춰주면서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청사초롱을 들고 다니던 관람객(저도 하나 들고 다녔음 ㅎㅎ)들이 주합루 근처로 다가가니 주합루의 야경은 청사초롱의 불빛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용지 동편에 위치한 영화당(暎花堂)에서는 고운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거문고 연주를 해주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고요한 부용지 일대에 거문고 소리가 울려 퍼지니 예스러운 분위기가 한층 더 돋워집니다.
야경도 야경이지만, 청사초롱이나 대금 연주 등 관람하는 내내 전통적인 것들이 관람 분위기를 한층 더 예스럽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어요. 여기에 관람 인원도 적당한 수로 제한이 되니 사람보다는 전통과 야경이라는 관람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
한국에서는 한 10년 전만 해도 문화유산을 관람하면, 덩그러니 건물만 서 있고 그 주변은 문화재와 1도 어울리지 않는 그런 곳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요즘은 이렇게 오래된 역사적 명소와 함께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음식이나 음악, 장식 등 더 세부적인 것까지 첨가하여 보다 더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장소나 관람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다채롭게 활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욱더 살려낼 수 있는 것 같아 좋은 시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부용지를 지나 이제는 마지막 관람 구역인 연경당(演慶堂)으로 이동합니다. 가는 도중에 작은 정자인 애련정(愛蓮亭)을 지나쳐갑니다. 낮에 보아도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이던 애련정은 밤에 조명을 받고 서 있으니 뭔가 더 쓸쓸해 보이는 분위기였어요.
마지막 관람 구역인 연경당에 들어서니 내부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으로 100명의 관람객이 모두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판소리와 전통 무용 등 여러 전통 예술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을 감상하면서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다과와 차도 마실 수 있었어요. 진짜 구성 잘해놨더라고요 :)
사대부 가옥의 형식을 띠고 있는 현재의 연경당은 19세기 후반인 고종 시기에 변형된 것이고요. 본래의 연경당은 19세기 전반 순조 시기에 효명세자가 지은 것인데, 이 때는 연회장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구조도 지금과 달리 공연을 감상하기 좋게 월대(月臺)가 설치되어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달빛기행 중 연경당에서의 공연은 초기 연경당을 지을 당시의 설립 취지에도 맞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더라고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좀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다 보니 앞에서 본 대금, 거문고 독주가 좀 더 좋았지만, 연경당에서의 공연도 재미있었어요. 다른 관람객들의 호응도 있다 보니 흥이 나기도 했고요 ㅎ
연경당에서의 공연을 관람한 후에는 숲 길을 따라 걸어서 처음 관람이 시작된 금천교 앞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곳에서 해설사와 인사를 나누고 돈화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것으로 관람은 끝이 났어요.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모든 관람객들에게 작은 선물도 나눠줍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창덕궁의 모습을 담은 엽서와 낙선재의 창살 문양으로 만든 금색의 책갈피가 있었습니다. 이 책갈피 정말 예뻐요! 4년이 지난 지금도 잘 쓰고 있답니다.
처음으로 가본 창덕궁 달빛기행은 자연과 어우러진 궁궐의 야경을 보는 즐거움과 전통의 가락을 듣는 즐거움,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과 전통 다과를 먹는 즐거움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아주 알찬 구성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여기에 춥지 않고 핫팩도 주시고, 돌아올 때 기념품까지 받으니 세심한 배려를 받는 것 같아 만족스러움이 배가 되었지요.
창덕궁 달빛기행을 다녀오기 1년 전(그러니까 2016년...), 비슷한 프로그램인 <경복궁 별빛야행>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는데요. 경복궁 별빛야행이 야경과 전통 음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창덕궁 달빛기행은 야경과 전통 공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어느 쪽이 더 낫다 하기 어려울 만큼 둘 다 좋았습니다.
경복궁 별빛 야행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mtssc.tistory.com/478 (경복궁 별빛야행 - 도슭수라상, 2016년)
mtssc.tistory.com/479 (경복궁 별빛야행 - 야간해설탐방, 2016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달빛기행 가서 찍은 사진을 꺼내보니, 저도 올해는 달빛기행이나 별빛야행 둘 중에 하나는 다시 한번 더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퀄리티(!)의 궁궐 야간 관람이 땡기시는 분들이라면, 올해 열리게 될 특별한 궁궐 야간 관람들을 꼭 다녀와보시길 바랍니다.
※ 창덕궁 달빛기행 정보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찾아가는 방법: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관람기간: 1년 중 상반기, 하반기에 각각 시행. 구체적인 기간은 매년 다름.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변동될 수도 있겠네요.)
관람시간: (2020년 하반기 기준) 19:00 / 19:20 / 19:40 / 20:00
입장료: ₩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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