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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별빛야행 - 야간해설탐방서울/관광 2016. 9. 18. 15:30반응형
경복궁 별빛야행 이야기 계속해서 이어갑니다 :)
전반부에는 도슭수라상이라는 수라상을 모티브로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아름다운 국악 공연을 감상했구요.
저녁 식사 후에는 해설사 분과 함께 경복궁의 깊숙한 곳까지
돌아다니며 약 80분 간 구중궁궐 속에서의 야행을 즐깁니다.
전반부 이야기는 지난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http://mtssc.tistory.com/478 (경복궁 별빛야행 - 도슭수라상)
식사 장소였던 <소주방>를 나와 내시(?) 의상을 입은 아조씨들이 나눠주는
등불로 어두컴컴한 길을 비추며 이동을 시작합니다.
첫번째로 도착한 곳은 왕비의 침전이었던 <교태전>.
지붕에 용마루가 없어 지붕이 뒤로 훌러덩(...) 넘어가는 것 같아 건물이 부드러워 보이지요.
왕의 침전인 <강녕전> 또한 용마루가 없는데요.
두 건물에 용마루가 없는 이유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왕은 곧 용이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용인 왕이 머무는 침전에 용마루가 있을 이유가 없고,
왕의 부인인 왕비가 머무는 침전에도 왕이 아닌 다른 용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죠.
교태전 앞은 왕의 침전이 있는 강녕전 구역이에요.
경복궁 일반 야간 관람시에는 강녕전도 개방 구역 중 한 곳입니다만,
별빛야행 관람 코스에서 강녕전은 빠져있어요.
<교태전>은 경복궁에서도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사방이 궁궐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정말 구중궁궐입니다.
안주인의 공간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
유교적인 관점이 경복궁의 전각 배치에도 영향을 준 것이겠지요.
이런 모습은 안주인(여성)의 공간인 안채를
외부에서 쉽게 들여다볼 수 없도록 지은 민가의 한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튼 궁 밖으로도 쉽게 못 나가는 데다가 궁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왕비에게도 나름의 힐링(?) 공간이 필요했을텐데요.
이를 위해 경회루 연못을 파면서 나온 흙을 사용하여 교태전 뒷편에
<아미산>이라는 인공산을 쌓고, 화계와 벽돌 굴뚝을
설치하여 왕비의 후원으로 조성하였습니다.
교태전 한 바퀴를 빙 둘러가면서 아미산의 화계와 굴뚝도 관람하게 되는데,
삼각대 없이 사진찍기가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된 사진은 못 남겼네요.
<교태전>을 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자경전>.
참고로 여기서부터 경회루에 도착하기 전까지 둘러보게 되는 곳들은
일반 야간 개장시에는 관람할 수 없는 구역들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한정판의 묘미!소책자에 나온 안내에 따르면 자경전은 그냥 지나치는 곳인데
서비스(?)인지 자경전의 꽃담과 십장생 굴뚝도 관람시켜 주었어요.
교태전 후원의 굴뚝이 교태전의 연기 배출구의 역할과 예술적인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있듯이,
자경전의 십장생 굴뚝 또한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굴뚝이었습니다.
<자경전>은 임진왜란 이전 경복궁에는 없던 건물로,
19세기 흥선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재건될 때
대왕대비 조씨를 위해 지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왕실의 큰 어른인 할머니 조대비가 주인인 건물이니
당연히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이 컸겠지요.
그래서 자경전 뒷편의 굴뚝 벽면에 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을 새겨넣게 된 것이라고 해요.
실제로 조대비는 83세까지 살다가 세상을 떠났으니
십장생 굴뚝의 효험(?)을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어르신들 자주 보러 가세요~자경전을 나와서 이번에는 <집경당>과 <함화당>을 관람합니다.
지금은 빈 터로 남아있는 주위 공간은 본래는 후궁과 궁녀들의 생활 공간이었으며,
집경당과 함화당은 고종이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곳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별빛 야행 관람에서는 집경당과 함화당의 내부 관람이 가능해서
직접 들어가 복도를 통해 두 건물을 왔다갔다 이동해볼 수가 있었어요.
겉에서 보면 별로 안 커보이는 건물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방이 꽤 여러 칸 있었어요.
방마다 간단하게나마 가구들도 배치해두어서 휑하지 않고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집경당과 함화당을 연결하는 복도예요.
다른 관람객들 다 지나가고 맨 마지막에 혼자 지나가게 되었는데
삐그덕삐그덕 소리가 나서 좀 무서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도를 통해 함화당에 도착!
함화당에서 나와 뒷편으로 돌아가면 <건청궁> 권역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관람 코스에서 건청궁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구요.
대신에 건청궁의 후원이라 할 수 있는 <향원정>의 야경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야경을 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됐던 곳이지요 :)
묵직하고 장엄한 경회루와 달리 향원정은 우아하고 아담한 멋이 느껴집니다.
경회루의 인지도가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밖에서 보는 모습만 봤을 때는 향원정이 더 예쁜 것 같아요 :)
경회루는 대형 파티를 위한 장소같고, 향원정은 혼자 혹은 연인과
조용히 거닐기 좋은 분위기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어둠 속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은 향원정은
그 전에 보았던 어떤 모습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그냥 다른 장소 더 안 보고 향원정 앞에 멍-하니 서서 계속 감상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자유 관람이 아니기 때문에(...) 해설사 분을 따라서 계속 이동해야합니다.
아쉽지만 향원정을 지나서 경복궁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집옥재>에 도착했어요.
좌측에 <팔우정>, 우측에 <협길당>이라는 부속 건물과 함께 서 있으며,
세 건물은 모두 복도로 연결되어 실내에서 이동할 수 있어요.
경복궁 앞부분의 전각들과 달리 집옥재는 벽돌건물로 지은
중국 양식의 건물이라 이국적으로 보이는데요.
밤에 보니 초록색의 단청이 잘 안보여서 그런지 더 중국 건물처럼 보였어요.
이곳은 최근에는 도서관으로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내부 관람을 허용한 공간이기도 한데요.
별빛 야행 관람으로는 독서의 여유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궁궐 속 도서관의 밤 풍경이라는 이색적인 모습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ㅎㅎ
건물 주위로 내시들과 궁녀들이 지켜준다면(...)
홀로 앉아 독서를 즐겨도 좋겠더라구요.
왕 놀이?<집옥재>까지 둘러본 다음 이제 다시 궁의 앞쪽으로 돌아갑니다.
한참을 걸어서 가는 목적지는 경복궁 야간 관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회루>예요.
향원정 못지 않게 기대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해설사 분께서 담장을 지나면 보일 경회루의 풍경에 저절로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마구마구 불어넣어주셔서 더욱 더 기대하며 경회루를 향해 걸어갔지요.
그리고 경회루 북쪽의 담장을 돌아서니
정말로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야간 관람 후반부라 다른 관람객들도 꽤 지치셨을텐데
경회루 앞에서는 다들 탄성과 함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시더라구요 :)
해설사 분께서 한 바퀴 빙 돌면서 보면 더 예쁘다며 발걸음을 재촉하셨지만,
빨리 지나치기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최대한 뒤로 안 쳐질 정도로의 거리만 유지한 채 거의 맨 끝에서
느릿느릿 걸으며 경회루의 야경을 감상했어요.
향원정의 야경의 경우 조금 어둡게 느껴질 정도로 조명을 은은하게 켜두었는데,
경회루는 지금 파티 중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하게 불을 켜두었더라구요.
거기다 연못이 잔잔하여 연못에 선명하게 비친 경회루의 모습 덕분에
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보였습니다.
과연 한국에 현존하는 전통 목조 건축물 중 가장 큰 건물답게 웅장한 멋이 느껴지죠.
경회루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
그러나 경회루의 외관을 보는 것은 경복궁 일반 야간개장 때도 가능한 것이에요.
경복궁 별빛야행만의 특전(?!)은 바로
경회루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경회루 내부 관람은 낮에도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거든요.
http://mtssc.tistory.com/454 (경복궁 - 경회루 특별관람)
그만큼 들어가보기가 쉽지 않은 곳을 밤에, 그것도 소수의 인원으로만 입장하게 되니
정말 특별한 관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
신을 갈아신고 경회루 2층으로 올라서니 한가운데 자리에는
한복을 입으신 악사분께서 대금 연주를 하고 계셔서 분위기는 한층 더 예스러워집니다.
경회루 내부 관람을 하면서 이건 정말 궁궐 야간 관람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비롭고 고아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관람 초반부에 해설사 분께서 왕이 초대하여
궁궐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되는 초대받은 손님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정말 그 말씀이 제대로 실감났던 장소가 바로 경회루 2층이었어요.
경회루에 올라서면 궁궐의 높고 낮은 지붕들이 내려다 보입니다.
낮에 경회루에 올라와서 본 적이 있기도 하지만 밤에 보니 그 느낌은 또 달랐어요.
도시의 화려한 야경과 달리 궁궐의 밤은 어둡고 고요하지만
그 차분한 분위기에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져 더 설렜던 것 같아요.
동양화에서 볼법한 구름 모양의 구불구불한 경회루 기둥은
기둥과 기둥사이의 공간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주는데요.
그래서 경회루 2층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들은 정말 그림같이 보여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경회루에서 나오면 이제 별빛야행의 긴 여정도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 곳은 경복궁의 정전, <근정전>이에요.
국가 차원의 큰 행사를 진행하던 곳인 만큼 웅장하고 멋있지요.
어두운 밤 속,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진 건물이라 더욱 빛이나는 듯 합니다.
정전인 만큼 낮이나 일반 야간 개방때나 경회루와 함께 사람들이 엄청 몰리는 곳인데요.
별빛야행 중에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어요 ㅎㅎ
왕의 자리도 한 번 봐주고,
측면에서 한 번 더 보고 ㅋㅋㅋ
근정전의 동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경복궁 별빛야행 전체 관람이 끝나게 됩니다.
1시간 넘게 뽈뽈거리며 돌아다녀서 마지막에 조금 다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정말 5만원이라는 비싼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다시 이 돈 내고 오세요~ 하면 네! 돈 더 내라고 해도 갈게요! 하고
달려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ㅋㅋㅋㅋ
마지막에 관람 끝나고 희망자에 한해 설문조사를 부탁하셔서 설문조사를 쓰는데
질문 내용 중에 별빛 야행이 상설되기를 희망하냐는 게 있었어요.
근데 옆에 계시던 다른 분께서,
'이런 건 상설화되면 안돼, 아무나 막 들어오려고 해서 난리나'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조금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격하게 공감이 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이대로 쭉- 고가의 입장료에, 소수의 인원만 받으면서
1년에 한 두번, 제한적으로만 시행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내놓기 아까운 그런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궁중음식체험부터 국악공연, 경복궁 구석구석 야간 탐방까지...
뭐 하나 아쉬울 게 없을 만큼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복궁 별빛야행이었습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어요 ㅎㅎ
그땐 초행이 아니니 사진 욕심은 좀 내려놓고 정말 그냥 야행만 마음껏 즐기고 오고 싶네요 ㅎ
* 경복궁 별빛야행 정보는 별빛야행 전편 포스트(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mtssc.tistory.com/478 (경복궁 별빛야행 - 도슭수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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