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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展서울/공연, 전시, 스포츠 2020. 2. 1. 23:02반응형
시험 공부를 하다 보면 여러 유물들을 사진으로 접하게 되는데요. 가끔씩 공부가 안 되는 날은 그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한 번씩 다녀오고는 합니다. 그러면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에도 동기부여가 되고요. 또 공부했던 내용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복습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특유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시험을 앞둔 저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고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야 효율은 크게 떨어지겠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만 하면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공부가 1도 안 되니까 나름대로 박물관 투어라는 셀프 선물(?)을 주며 공부를 쭉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는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의 최대 규모의 박물관입니다. 소장 유물도 33만 점이나 되지요. 교과서나 개론서에서 자주 보게 되는 유물들 중 꽤 많은 유물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책 보면서 본 유물만 찾아 다녀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만큼 규모가 큽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특정 주제나 유물에 초점을 맞춰서 그것들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나옵니다. 이번에는 테마전으로 열린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展>과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두 특별 전시를 중심으로 관람하고 남는 시간에 책에서 본 유물들 몇 점을 더 보고 나오기로 했어요.
저는 보통 박물관은 혼자 다녀오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저와 다른 시험을 준비 하고 있지만 같은 과목을 공부하는 친한 친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같이 둘러보면서 오랜만에 얼굴 보고 수다도 떨고, 이런저런 유물들 보면서 공부했던 내용들 서로 나눌 수 있어서 혼자 둘러볼 때보다 훨씬 재미있었어요.
우선 이번 포스트에서는 테마전,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展(이하 베트남전시)>을 소개하고요. 다음 포스트에서 실경산수화 특별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베트남전시는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과 협약을 맺고 약 2년간 베트남의 고대 문화와 청동, 도자기를 중심으로 열리는 전시입니다. 전시실은 상설전시관 2층의 기증관 가네코 가즈시게실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2016년에 베트남 하노이에 방문했을 때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Bảo Tàng Lịch Sử Quốc Gia)>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 상설전시실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면서 관람하기는 했는데요. 사전 지식이 많지 않기도 했고, 전시실에 베트남어, 영어 설명만 나와 있다보니 전시 설명을 깊이 있게 알기가 어려워(...)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적은 수의 베트남 유물이라도 자세히 보고 배우면서 베트남 역사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
참고로 2016년에 방문한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후기는 이전에 포스팅해두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mtssc.blog.me/220891424075 (하노이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2016년)
19세기 응우옌 왕조(1802 ~ 1945) 시기의 항아리
베트남전시는 크게 도자기와 청동기 문화, 그리고 불교로 나뉘어져 있었는데요. 저는 도자기 문화 파트부터 관람을 했습니다. 베트남전시는 총 51점의 유물만 전시되는 거라 아주 다양한 도자기를 보지는 못했는데요. 그래도 시대에 따라 도자기 제작에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기에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먼저 유약을 입힌 도자기를 제작하였다고 하는데요. 10세기 전반까지 중국의 지배(BCE 111 ~ CE 938)를 받아온 베트남은 처음에는 중국의 도자기를 모방하여 자기를 제작하였으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리 왕조(1009 ~ 1225) 시기에 이르러서는 독자적으로 도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리 왕조의 뒤를 이은 쩐 왕조(1225 ~ 1400) 시대에 이르면, 종래의 백자, 청자 외에 녹유가 등장하고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는 등 훨씬 다양한 도자기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시대별로 도자기들이 한 두 점씩 전시되어 있었는데, 저는 그 중에 리 왕조 시절에 제작된 갈색 주자가 참 예뻐 보였어요.
베트남의 도자기 문화에 이어 이번에는 청동기 문화 파트를 살펴봅니다. 베트남의 청동기 문화 역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모습을 갖추며 발달했는데요. 베트남의 대표적인 청동기 문화는 북쪽의 동선 문화(Văn hóa Đông Sơn)와 남쪽의 동나이 문화(Văn hóa Đồng Nai)로, 이 중에서 유명한 것은 동선 문화입니다. 동선 문화는 BCE 4세기부터 CE 2세기까지 발달했던 청동기 문화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청동기 문화라고 합니다.
동선 문화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청동북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청동으로 만든 북인데요. 중국과 구별되는 베트남인들의 정체성을 상징할 만큼 동선 문화와 베트남의 역사를 대표하는 유물입니다. 이번 베트남전시에는 거대한 청동북 하나만 전시되어 있지만, 베트남 지역에서 출토된 청동북들은 그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고 합니다. 공통적으로는 청동북 표면에 정교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 있구요. 청동북을 보고 있으니 한국의 비파형 동검과 세형 동검이 생각납니다. 두 청동검들도 황하 지역의 중국 청동기 문화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청동기 문화가 한반도~요동 지역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니까요.
청동북 옆에는 청동으로 만든 종과 칼도 있었습니다. 이 중 청동종은 청동북과 함께 잘 출토되는 동선 문화 시기의 악기라고 합니다. 처음에 봤을 땐 그냥 장식용(?)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연주가 가능한 타악기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동선 문화 시기에 유행했던 발 모양의 청동도끼입니다. 도끼의 날 부분이 마치 버선처럼 생겨서 인상적이었는데요. 더 자세히 보니 그림도 새겨져 있어서 당시 베트남의 청동기 제작 기술이 정교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청동기는 시대가 한참 지난 이후에도 제작되었습니다. 사진 속 코끼리 모양의 주전자도 그런 청동기 중 하나인데요. 이 청동 주전자는 17~18세기 후 레 왕조(1428~1788)시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등에 열린 구멍을 통해 물을 붓고, 코끼리 코(!)로 물을 따르는 주전자입니다. 내부를 깨끗이 청소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양은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주전자였어요 :)
다음은 19~20세기, 응우옌 왕조 시기에 제작된 청동 향로입니다. 용과 새, 꽃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향로로써 제례의식에 사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은 베트남의 불교 문화와 관련된 유물 전시였습니다. 위 사진 속 유물은 불교 사원 건축에 활용되었던 리 왕조 시절의 석재 부조로, 보리수 잎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보리수는 불교에서 신성시 되는 나무인데요. 이 나뭇잎을 용이 받치고 있는 화려한 형태로 석재 부조를 만들어서 불교 사원의 지붕에 장식을 하였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응우옌 왕조 시절에 제작된 아미타불상입니다. 하노이에서 가 본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에서도 17세기 이후에도 제작된 불교 관련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14,15세기 이후로 성리학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보다 먼저 유입된 불교의 영향력도 베트남 사회에서는 계속 강하게 유지되어 불상도 계속 제작되었습니다. 베트남은 현재까지도 불교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역사를 보여주는 의미로 이 불상을 전시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의 베트남전시는 총 51점의 유물로 전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유물과 함께 공부하기에는 좋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베트남 역사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전시는 2020년 11월까지 지속되니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
※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展 정보
주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찾아가는 방법: 수도권 전철 4호선, 경의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 방향 '박물관 나들길' 이용. 도보 5분
전시기간: 19.03.27-20.11.01
전시장소: 상설전시관 2층 가네코 가즈시네실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월,화,목,금요일 10:00-18:00 / 수,토요일 10:00-21:00 / 일요일,공휴일 10:00-19:00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휴실일: 4월 6일(월), 11월 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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