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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서울/공연, 전시, 스포츠 2020. 2. 14. 17:09반응형
이번 설 연휴에는 친척집에 가지 않고 쭉 서울에 머물렀는데요. 이 기간을 활용하여 그 동안 바빠서 가지 못한 서울 내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몇 군데 다녔습니다. 물론 최근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끼고 돌아다니느라 조금 불편하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오랜만에 여유있게 전시들 관람하면서 돌아다니니 잡생각도 많이 줄고, 하고 싶은 취미 활동을 한다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습니다 :)
오늘 포스트에서는 연휴 기간 중에 다녀온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이하 심양 고궁전)> 전시 후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한자음으로 심양()이라고 부르는 곳은, 중국의 랴오닝성의 선양을 가리키는데요. 이 도시는 청나라 초기의 수도로서, <선양 고궁(瀋陽 故宮)>이라 부르는 궁이 남아있습니다. 2004년에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문화유산이지요. 이곳에 소장된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이번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이었어요.
저는 작년 겨울에 10일 정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을 때 중국 동북 지방을 다녀올까, 동남아 말레이시아를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따뜻한 동남아를 여행지로 선택했어요. 물론 동남아 여행은 정말 좋았지만, 중국 동북 지방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동북 지방에서도 선양은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거든요. 그런데 마침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양의 대표적인 명소인 선양 고궁의 유물을 전시한다고 하니 안 가볼 수가 없었어요 ㅎㅎ
국립고궁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오면 우측에 기획전시실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심양 고궁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없었어요! 국립고궁박물관 자체의 입장료도 무료이므로, 그냥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실 입구에는 선양 고궁에 대한 영상을 통한 소개가 있었고요. 그 이후로 유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전시된 유물들은 청나라 황실의 복식과 무기, 그리고 공예품과 장신구 등으로 다채롭게 있었습니다. 이 유물들은 총 6개의 주제에 따라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1부에서는 팔기제 관련 유물을, 그리고 2부에서는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의 유물을 소개합니다. 다음으로 3부에서는 베이징 천도 이후의 황제들이 선양을 방문할 때 사용한 의복, 장식품, 악기 등을 소개하고 있고요. 4부에서는 청 황실의 여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5부에서는 황제들의 취향을 반영한 여러 물품들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6부에서는 청 황실의 종교 생활 관련 유물을 전시합니다. 저는 이 순서에 따라서 관람했습니다.
1부에서 가장 중심이 된 것은 청나라 특유의 군사조직이자 행정조직이던 팔기제를 보여주는 팔기군의 군복이었어요. 팔기제는 1601년 청 태조 누르하치(努爾哈赤, 1559-1626)가 여진 부족을 재편하여 4기를 창설한 것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4기가 추가되어 8기가 되었고요. 이후에는 몽골인과 한족들로 구성된 몽골팔기와 한군팔기도 조직되었습니다. 알록달록한 팔기군의 옷을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예쁜 군복을 입은 팔기군이 중심이 된 청나라 군대가 조선과 명 등 여러 나라로 침략했던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니 갑자기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전시는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 2부로 이어집니다. 먼저 누르하치와 그의 부인이었던 효자고황후(孝慈高皇后)의 시보(諡寶)와 시보를 담은 함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시보란 시호(諡號)를 새긴 도장을 말하며, 시호는 죽은 이후에 붙여진 호칭을 말하는데요.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옥을 사용하여 만든 시보는 뭘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참 고급스러워보였는데요. 도장 아랫부분은 볼 수 없었지만, 그 부분에는 만주 문자와 한자로 시호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시보를 담은 함 또한 용이나 봉황 문양을 새겨 장식하고 금칠을 하여 화려했습니다.
이것은 누르하치의 칼이라고 합니다. 그가 아직 나라를 세우기 전인 1595년, 명으로부터 받은 칼인데요. 손잡이와 칼고등이에 새겨진 다양한 장식들은 좋은 일과 높은 벼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누르하치의 뒤를 이은 청 태종 홍타이지(皇太極, 1592-1643)와 관련된 유물들도 있었어요. 홍타이지는 병자호란으로 조선을 침략하였던 황제라 청나라 황제 중에서는 한국에서도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요. 조선에 굴욕을 안겨준 황제이기는 하지만, 청나라의 입장에서는 명군이었습니다. 그는 내몽골을 정복한 데에 이어서 조선까지 굴복시켜 명을 압박해갔으며, 국가 조직 정비에도 힘쓰는 등 청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홍타이지가 평소에 실제로 입었던 옷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어요. 본래 선양성 서쪽에 있는 <장녕사(長寧寺)>에 보관하던 것을 선양 고궁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홍타이지가 실제로 사용했던 칼입니다. 칼집은 상어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칼자루에 달린 흰 가죽에는 만주 문자와 한자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데요. 그 내용은 홍타이지의 칼 한 자루가 선양에 귀중히 보관되어 왔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3부로, 베이징 천도 이후 선양을 방문한 황제들과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이 초상화는 청의 네 번째 황제, 강희제(康熙帝, 1654-1722)의 초상화입니다. 강희제는 명을 멸망시키고 대제국이 된 청나라를 전성기로 이끌어 더욱 번영하게 했던 황제이지요.
선양 고궁 <숭정전(崇政殿)>의 내부 공간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숭정전은 선양 고궁의 중심부에 위치한 건물로, 홍타이지 시절에는 일상 집무 및 공식 업무를 수행하였던 곳이라고 합니다. 청이 중국을 정복하여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긴 이후에도 청 황제들은 종종 선양으로 동순(東巡)했는데요. 그 때 숭정전에서 제례를 올렸다고 합니다. 전시된 향로와 촛대 등은 18세기 건륭제(乾隆帝, 1711-1799) 시절에 제작된 것이에요.
베이징 천도 이후 청 황제들이 선양을 찾으면 이곳에 묻힌 선조들의 능을 찾아가 참배하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는 했습니다. 이런 의례를 행할 때는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였다고 하는데요. 그런 악기와 향로 등도 따로 전시되어 있었어요.
황제가 입었다는 황룡포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앞에서 본 홍타이지의 일상복과 비교해보면 훨씬 화려하지요.
황제가 사용한 모자와 가죽신발 등도 전시되어 있었고요.
황색의 멋진 갑옷과 투구도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건륭제가 착용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서예 도구들도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건륭제 시절에 제작된 붓걸이와 연적(硯滴)이라 부르는 물통이에요.
여기서부터는 4부로, 청 황실 여인들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전시 초반부에 누르하치의 황후의 시보와 함을 봤는데요. 여기에서는 몽골족의 혈통으로 홍타이지의 황후가 되고, 그 뒤를 잇는 순치제의 어머니인 효장문황후(孝莊文皇后)의 초상화와 시보, 함이 있었어요. 그녀는 순치제의 후대 황제인 강희제가 즉위할 때에도 생존하여 태황태후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황태후와 태황태후의 자리에 있으면서 어린 두 황제가 안정적으로 정치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운 덕분에 청나라는 제위를 둘러싼 갈등과 같은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효장문황후의 유물들 옆으로는 황실에서, 주로 여인들이 사용한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화려한 신발과 모자, 그리고 비취로 만든 빗과 유리 함 등 모두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이었어요.
전시는 우측에 마련된 또 다른 전시실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전시 5부와 6부가 이어집니다. 먼저 5부에서는 황제들이 수집하거나 실제로 사용한 공예품들, 그리고 회화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황제들의 취향이 반영된 물건들이지요. 강희제부터 건륭제, 가경제, 도광제까지 네 황제가 선양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베이징에서 사용하던 황실 용품이나 궁정의 하사품이 선양 고궁에도 유입이 되었다고 합니다.
알록달록 예쁜 도자기들 사이에는 청옥으로 만든 조각도 있었어요. 이것은 불수라는 과일을 표현한 것인데요. 불수는 부처의 손가락과 닮았다고 하여 병도 고쳐주고 장수하게 하는 상서로운 과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옥으로 과일을 만든 것을 보니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에서 본 취옥백채(翠玉白菜)라는 옥으로 만든 배추 공예품이 생각났습니다 ㅎㅎ
취옥백채가 더 예뻐요꽃과 나비, 그리고 과일 등이 그려져 화려한 이 그릇은 뭘까 하고 설명문을 보니 황실 사람들이 침 뱉는 그릇이었대요(...). 갑자기 좀 더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ㅋㅋㅋㅋㅋ
이 커다란 상자처럼 생긴 것은 식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한 휴대용 냉장 상자(!)라고 합니다. 안에 얼음을 넣고 보존하려는 내용물을 담아 보관하였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건륭제의 작품인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입니다. 어두운 밤 하늘에 하얗게 눈이 내리는 광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청나라 초기 회화에 큰 영향을 미친 여섯 거장을 사왕오운(四王吳惲)이라고 부르는데요. 그 중 한 명인 오력(吳歷, 1632-1718)의 작품인 석벽소송도(石壁疏松圖)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산기슭의 풍경을 표현한 것인데요. 보고만 있어도 고요한 산 속에 들어온 것 같아져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전시품 중에는 서양식 시계도 보였는데요. 이런 것들은 선교사들이 진상한 물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건륭제의 팔순을 기념하여 쑤저우에서 제작한 금칠 괘병입니다. 옻칠을 하고 그 위에 글자와 그림을 새긴 것으로, 벽에 거는 용도로 제작된 것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6부에서는 청 황실의 종교 생활과 관련있는 유물들을 보게 되었어요. 청나라 초기에는 만주족 고유의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정복한 지역의 종교인 불교와 도교도 수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몽골과 중국에 이어 티베트 지역까지 정복한 이후에는 몽골과 티베트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를 특히 중시하였는데요. 심양 고궁전에 전시된 유물도 대체로 티베트 불교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불교에서 상서롭게 여긴다는 여덟 가지 보물인 팔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진은 그 중 일부입니다. 사발을 엎은 듯한 모양의 받침대 위에 연잎을 표현하고 그 위에 여덟 가지의 보물을 하나씩 표현하고 있어요.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화려한 모양이었습니다.
두 금동 불상은 연꽃을 좌우로 대칭한 모양의 대좌 위에 앉아있는데요. 이런 모양의 대좌는 티베트 불교 계열의 불상에서 자주 보이는 양식이라고 합니다. 청 황실에서 티베트 불교를 밀접하게 접했음을 보여주는 불상들인 셈이지요.
마치 북처럼 생긴 이것은 만다라라고 불리는 것으로 밀교에서 사용하던 도구 중 하나라고 합니다. 테두리 부분에는 뭔가 잔뜩 써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산스크리트어입니다. 티베트 불교에서 만다라는 부처가 궁전에 거주하는 모습이나 우주 만물, 그리고 깨달음의 세계 등을 형상화하거나 그림으로 그린 것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 위에 팔보와 칠진이라는 기물을 두고 불공을 드렸다고 합니다.
티베트 불교와 관련된 유물들을 보고 있으니 몇 년 전 베이징에 방문했을 때, 하루 시간을 내서 다녀온 청더(承德)의 사원들이 생각났습니다. <피서산장(避暑山莊)>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청더는 청 황제들이 여름에 거주하던 도시였는데요. 이곳을 방문하는 몽골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들을 회유하기 위해 여러 사원들이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티베트나 몽골에서는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외팔묘의 건축 양식에서도 티베트 양식의 영향을 볼 수 있었어요. 청더에서 본 건축물들과 이번 심양 고궁전에서 본 티베트 불교 유물들을 보면서 다민족 국가로서의 거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한족의 문화 외에도 여러 민족의 문화를 수용했던 청나라의 고도의 통치술과 포용적인 자세에 감탄했습니다.
https://mtssc.blog.me/220711940063 (청더 보타종승지묘, 2013년)
이렇게 해서 총 6부로 구성된 심양 고궁전을 전체적으로 쭉 둘러보고 나오게 되었어요. 선양 고궁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청나라 초기 황제부터 베이징으로의 천도 이후의 황제들과 관련된 유물들까지 쭉 보면서 청나라의 역사를 한 번 정리해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습니다. 또 선양에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요. 심양 고궁전은 아직 2주 정도 전시 기간이 더 남아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남은 기간 내에 꼭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정보
주소: 서울 종로구 효자로 12
찾아가는 방법: 수도권 전철 3호선 <경복궁 역> 5번 출구
전시기간: 2019.12.11-2020.03.01
전시장소: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
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10:00-18:00 (수, 토요일 10:00-21:00)
전화번호: 02-3701-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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