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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술관 리움 - 시대교감 (고미술 전시관)서울/공연, 전시, 스포츠 2021. 2. 20. 15:36반응형
오늘은 작년 이맘때쯤 다녀온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이하 리움 미술관)> 전시 관람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전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인데 어쩌다보니 이번이 첫(!) 방문이었어요.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소장품의 질과 양이 많으면서 입장료가 저렴한(...) 곳들을 주로 방문했거든요. 이에 비해 리움 미술관은 입장료가 비싸다보니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가보게 되지는 않았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공부하면서 본 유물들 중에 리움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자주 보게 되면서, 리움 미술관에 직접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다녀와서 보니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많고, 관리도 잘하면 이 정도 입장료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고로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한 상태라고 합니다. 대신에 온라인으로 가상 투어가 가능하다고 하니 소장품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간접 체험하시기를 추천합니다 :)
미술관은 크게 두 개의 상설전시실로 나뉘었어요. MUSEUM 1은 고미술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는 '시대교감'이라는 이름의 고미술 전시관이고요. MUSEUM 2는 '동서교감'이라는 이름의 현대 미술 전시관이에요. 입장료는 \10,000으로, 두 상설 전시관 모두 관람이 가능한데요. 저는 고미술품들을 보려고 온 것이기 때문에 MUSEUM 1만 관람했습니다. 그럼에도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았습니다 :)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니 리움 미술관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디지털 가이드를 대여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티켓 구매할 때 디지털 가이드도 같이 대여했습니다. 대여료는 \1,000으로 비싸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시실을 둘러볼 때 이 디지털 가이드가 매우 유용했어요. 가이드 설명이 있는 작품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알아서 안내를 시작해주고요. 음성 안내와 함께 사진, 설명글까지 같이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도 관람하시게 된다면 디지털 가이드를 꼭 빌리시길 바라요.
저는 나중에 유물과 관련된 설명 내용을 잊어버릴까 싶어서 설명글 부분을 따로 캡쳐해서 제 핸드폰에 저장해두었어요. 오늘 오랜만에 사진들을 꺼내서 포스팅할 수 있는 것도 디지털 가이드의 설명글 덕분입니다 ㅎㅎ 디지털 가이드가 없었으면 오늘 포스트는 그냥 사진만 나열하는 글이 되었을 거예요(...).
전시실 외에 편의 시설로는 리움샵이라는 이름의 뮤지엄샵, 설치미술가인 리암 길릭(Liam Gillick)이 디자인한 카페, 그리고 물품보관소 등이 있었어요. 리움 미술관은 A4 용지 크기 이상의 가방은 반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곳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겨야 합니다. 저도 이 날 큰 배낭을 메고 방문을 해서 물품보관소에 가방을 맡겨야 했어요. 짐부터 맡기고 전시실에 입장하려니 외국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외국 박물관들 중에도 짐을 맡겨야 관람할 수 있는 곳들이 있었거든요.
blog.naver.com/mtssc/220790095245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 에르미타주 미술관, 2015년)
※ 위 링크는 저의 해외여행 블로그(네이버)의 포스트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리움 미술관의 시대교감, 고미술 전시관에 전시 중인 고미술품들을 소개할게요. 모든 작품들을 이 포스트에서 소개해드릴 수는 없어서, 전시품 중에서 디지털 가이드에 소개된 작품, 그리고 제 마음에 들었던 예쁜(...) 작품들 중에 일부를 뽑아서 제 짧은 감상과 함께 소개를 해드립니다. 더 많은 작품들은 리움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셔서 보시거나, 아니면 리움 미술관 홈페이지의 소장품 목록을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전시실은 1~4층까지 있었는데요. 1층은 불교미술과 금속공예, 2층은 고서화, 3층은 분청사기와 백자, 그리고 4층은 청자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관람 순서는 4층부터 1층 역순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청자들을 만나보게 되었어요. 청자들은 주로 고려시대에 제작되어서, 여기에서 본 유물들은 대부분 고려시대의 것들이었습니다.
청자 전시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청자였어요.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고려 청자는 현재 국보 133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전체적으로 주전자 형태의 청자지만, 연꽃 무늬를 장식하여 불교적인 색이 가미된 청자였습니다. 곳곳에 다채로운 장식이 들어가서 화려했고, 우아한 곡선미가 특히나 돋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청자였어요. 그러면서도 귀여운(?!) 면모도 보였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손잡이 부분에는 청개구리처럼 작고 귀여운 개구리가 장식되어 있고, 청자 목 부분에는 어린 아이가 앉아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전시실이 어두워서 제 눈에는 아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명문에는 이 아이가 연꽃을 끌어안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고 합니다. 고려 청자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전문가가 아닌 저 같은 쪼렙의 눈에도 정말 명품으로 보였답니다.
이것은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청자로 만든 합(盒)이에요. 합이라고 하면 뚜껑이 달리고, 둥글넙적하게 생긴 그릇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보통은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합은 중간 부분 중 일부를 도려내는 투각 기법을 사용했더라고요. 이를 활용해 모란 문양을 만들어내었더라고요. 그리고 자세히 보면 음각으로 세부 문양까지 그려내었습니다. 여기에 우아한 비색이 어우러져 굉장히 우아한 청자 합이 되었습니다. 궁금했던 것은 이렇게 구멍이 나있는데,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ㅎ 구멍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을 음식을 담는 용도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감상용이었을까요?
이 엄청나게 귀엽게(!!) 생긴 것은 연적(硯滴)이라는 것으로, 연적은 과거에 붓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갈아 쓸 때 필요한 물을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된 도구를 가리킵니다. 필기용 작은 물 주전자 같은 것이지요. 특별히 이 연적은 복숭아 형태로 만들어져서 독특하면서 귀여운 느낌을 줍니다. 자세히 보면 손잡이와 물 구멍을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표현해서 사실감을 더 해주고 있었어요. 이 청자 복숭아형 연적은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물 1025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청자는 13세기에 제작된 유병(油甁)으로, 향유나 기름 등을 담는 데 사용된 그릇이라고 합니다. 표면을 자세히 보면 두 마리의 학을 상감 장식으로 새긴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사진 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뒷 부분까지 합하여 총 네 마리의 서로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학들이 상감 기법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선명한 문양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은은하고 자세히 보게 만드는 매력이 느껴지는 자기였어요.
왼쪽에 있는 청자 또한 유병으로, 여기에는 좀 더 선명하게 꽃과 덩굴이 새겨져 있었어요. 두 청자 모두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쁜 청자들이었습니다.
4층 청자실에 이어 이번에는 3층 분청사기와 백자실에 들어왔습니다. 전시실 전반부에는 조선 전기에 유행했던 분청사기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사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분청사기보다는 청자나 백자(그 중에서도 청화백자!)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리움 미술관에서도 분청사기 중에 그렇게 예쁜 도자기는 없겠지 하면서 대충 슥 둘러봤는데요. 그러다 이 분청사기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처음에 보고 이건 무슨 도자기일까? 했는데, 얘도 분청사기더라고요. 저에게는 처음으로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분청사기이기도 합니다 :)
16세기에 제작된 이 분청사기는 태반과 탯줄을 보관하여 땅에 묻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500여년 전 땅에 묻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미술관에서 이 자기를 보니 21세기 현대 미술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자기였어요.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디지털 가이드에서도 음성으로 현대 미술작품을 연상케 한다는 말을 해주어서, 아 나는 역시 현대인이구나 했지요 ㅋㅋㅋㅋㅋ 저는 그냥 그런 느낌만 받았을 뿐 어디서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지에 대한 것은 알지 못해요. 그래서 열심히 디지털 가이드의 내용을 들으며 정말 그런가? 하면서 이 분청사기를 꼼꼼히 둘러봤지요.
자기의 목부터 굽 바로 윗 부분까지 하얀 색이 선들이 나선형으로 그려져 있었는데요. 이것은 귀얄이라는 넓적한 붓으로 백토를 칠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질서 정연하게 그려진 선을 보면 엄청 조심스레 그린 것 같지만, 막힘 없이 나선으로 선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또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그려낸 것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표면이 약간 거친 부분은 유약이 흘러 뭉친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것도 의도적인 장식이라 느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소박하면서도 거칠고 시원시원한 자기였어요.
이어서 백자들을 감상해봅니다. 이것은 백자에 청화 안료를 사용하여 구름 속에서 노는(?) 용을 그린 청화 백자인데요. 15세기 중엽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물 785호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왕실 관요의 가마에서 제작되었다네요. 청화백자 하면 사실 저는 명나라의 자기들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조선 전기 청화백자에 해당되는 이 작품도 중국 스타일로 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초기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청화백자 생산이 시작되었으나, 조선 후기로 갈수록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로 조선만의 청화백자로 발전해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자기는 청화백자의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그마한 9점의 청화 백자들도 있었어요. 이것들은 명기(明器)라고 불리는 것들로, 죽은 사람 무덤에 함께 부장하기 위해 제작된 것들입니다. 고대에는 사람이 죽으면 그가 평소에 생활할 때 사용하던 물건들을 무덤에 함께 부장하였고, 심지어는 그가 거느리던 사람들까지도 같이 묻어버리는 순장 풍습이 있었는데요. 이런 장례 풍습의 폐해를 막고자 미니어쳐 같은 작은 형태의 그릇이나 인형을 만들어 부장하는 것으로 풍습이 변화하였는데요. 이런 작은 부장품들을 명기라고 부릅니다. 이 명기들의 제작 시기는 16세기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명기들과 함께 묻힌 무덤의 주인은 꽤 높은 지위의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작은 백자들이지만 정말 고급스럽고 정성이 가득 담긴 장식이 새겨져 있으니 말이에요.
죽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깨름칙하지만, 사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면 굉장히 예뻐요. 박물관들 뮤지엄샵에 가보면 그 박물관의 대표적인 문화재들 미니어쳐로 제작해서 팔잖아요? 약간 그렇게 보인달까요 ㅎㅎ 물론 걔들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가짜들이고, 얘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진짜 문화재들이라는 차이가 있지만요.
이 작은 유물도 백자로 제작된 명기들입니다. 백자에 쇳가루를 사용한 철채를 하여 색을 입혔습니다. 남-여가 한 쌍을 이루어 총 세 쌍의 인물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제작되었는데요. 가운데 가마에 탈 무덤의 주인의 명복을 비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명기로 표현하니 귀엽고 예쁘지, 이걸 실제 사람을 죽이는 순장으로 해결하려 했다면 으... 정말 현대인의 사고로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ㅠㅠ
이제 2층 전시실로 내려왔습니다. 이곳은 글씨와 그림 작품을 모아둔 고서화실이었어요. 이곳에서는 책에도 많이 실리는 국보, 보물급 문화유산들을 많이 찾아보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제가 갔을 때 전시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제가 눈을 뜨고도 못 찾은 것인지(...) 생각보다 많이 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ㅠㅠ 그래도 둘러본 그림들 중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그림은 18세기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삼승정도(三勝亭圖)라는 이름의 그림입니다. 정선과 같은 동네에서 많은 교류를 하던 이춘제라는 인물이 자신이 49세가 된 것을 기념하여 집 후원을 크게 조성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가 정선에게 후원 그림을 요청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안개에 둘러싸인 산 속에 자리잡은 정원을 묘사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그림이었어요.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1795년경 제작된 것으로, 당시 조선의 국왕이었던 정조가 지금의 수원 화성에서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합니다. 이 그림을 보니 수원 화성과 화성 행궁, 그리고 융건릉에 다녀온 여행들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https://youtu.be/ohjE2KtMgkI (경기도 수원, 화성 - 1박 2일 여행, 2020년)
※ 위 영상은 제가 1박 2일 여행을 다니면서 만든 초 심플한(...) 유투브 영상입니다.
그림 자체의 특징으로는 갈 지(之) 형태로 행렬을 그려서 긴 화면에 대규모 행렬을 다 담아낸 것입니다. 이와 같은 표현법은 이전까지의 궁중 행사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고 하네요.
이 그림도 정선의 작품으로, 오래된 잣나무를 그린 노백도(老栢圖)라고 부릅니다. 잣나무는 지조와 연륜을 상징하는데, 그냥 잣나무가 아니라 오래된 잣나무를 그림으로써 장수의 의미로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휘어져 있는 나무는 그 자체로도 예술적으로 보였는데요. 이런 모양은 초서체로 쓴 목숨 수(壽)자의 모양과도 비슷하여 상징까지 잘 표현해낸 것이라고 하는데, 초서체로 쓴 壽자의 모양이 어떤지 정확히 몰라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어요(...).
이 작품은 19세기의 작품으로, 나비만을 전문으로 그려 남나비라는 별명으로 불린 남계우(南啓宇, 1811~1890)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빨강, 하양, 검정 색을 사용하여 시선을 확 사로잡는 그림이었는데요. 자세히 보면 꽃과 나비의 문양까지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마 역사 교과서에서 조선 후기 붕당이나 유교 관련된 단원 페이지에서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노론의 수장이었던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초상화입니다. 18세기에 활동하던 진재해(秦再奚, 1691~1769)라는 인물이 그린 작품으로, 그는 왕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그릴 정도로 당시에 실력이 뛰어난 화가였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속눈썹과 주름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은 책에 수록된 작은 그림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라, 실제 그림을 보면 이런 세밀하게 표현한 부분까지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ㅎㅎ
이제 마지막 전시실인 1층, 불교미술과 금속공예실을 둘러봅니다. 이것은 금동 미륵 반가상으로, 국보 11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유명한 반가사유상들(국보 78, 83호)에 비하면 크기는 많은 작은 17.5cm의 작은 불상이지만 반가사유상 특유의 포즈와 사유하고 있는 듯한 표정은 이 불상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뺨에 대고 있어야 하지만, 보시다시피 오른쪽 팔꿈치 이하 부분이 사라져버려서 아쉽게도 그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두 국보 반가사유상은 신라(혹은 백제)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으나 확실한 제작 국가를 알 수가 없는데요. 이 유물은 평양에서 출토되고, 제작시기는 6세기 후반으로 추정되어 고구려에서 제작된 것이 명확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반가사유상을 보니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별실에 전시되어 있는 반가사유상을 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불상은 14세기 말,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동 관음보살 좌상인데요. 원나라의 라마교 양식을 많이 수용한 불상이라고 합니다. 직각으로 세운 오른쪽 다리 위에 팔을 걸터놓은 포즈는 도발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라마교 불상의 영향을 받아 신체 곳곳에 다양한 장식들을 달아놓은 것으로 묘사하여 불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섹시하다(?)고 느껴지는 독특한 불상이었어요.
이것은 은으로 만들고 그 위에 도금을 한 것으로, 집 모양의 사리 장치인데요. 이것은 뚜껑 부분에 해당되고 안에 들어있어야 할 다른 사리함들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뚜껑 부분만 남아있지만 각 면마다 불교 관련 인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섬세하게 만들어진 사리 뚜껑이었어요.
이것은 13세기, 고려 후기에 청동으로 제작된 작은 종입니다. 높이가 약 30cm 정도로 보통 우리나라의 범종이라 하면 떠오르는 엄청 거대한 종들과 달리 아주 작은 범종이었습니다. 신기해서 사진으로 담아보았어요 ㅎㅎ
전시실 중앙에는 꽤 큰 탑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이 탑은 청동으로 만들고 도금한 청동 대탑으로, 고려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국보 21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높이가 155cm에 달하여 크기부터 남다르지만, 목탑의 형식을 토대로 제작하였기 때문에 어두운 공간 속에서 보면 진짜 작은 목탑이 서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줍니다. 이 유물은 당시 목조탑의 형태를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고대 한국 건축 연구에도 중요한 연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통일신라시대인 8~10세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바다거북의 일종인 대모(玳瑁)의 등껍질을 이용해서 만든 빗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화려하게 문양을 새기고, 장식을 달아서 사치스러움이 마구 느껴지는 빗이었어요. 사진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손잡이 부분은 금실로 꽃 모양의 문양 테두리를 새기고, 그 안에 청옥을 감입하여 문양을 완성시켰어요. 그리고 손잡이와 빗살 사이 부분에 구멍을 내고 여기에 꽃과 잎사귀 모양의 장식을 달아 놓았지요. 빗이라는 설명을 모르고 보면 귀족들이 치장할 목적으로 착용했을 장신구로 보일 정도로 엄청 화려했습니다.
이것은 청동 거울이에요. 보통 청동 거울하면 청동기시대를 떠올리지만, 이것도 위의 빗과 마찬가지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거울 뒷면(사진에 보이는 부분)을 나전과 호박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습니다. 현존하는 한국의 나전공예품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해요. 얼핏 보면 그냥 대충 화려하게만 꾸민 것 같지만 여러 문양을 새겨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꽃 모양 뿐이었지만요 하하.......
금동으로 제작한 이 신발은 앞서 본 유물들보다 이른 시기인 5-6세기에 제작된 신라의 금동 신발입니다. 발등 부분을 감싸는 금동판은 'ㅗ(욕 아님)'과 'ㅜ'자 모양이 번갈아가며 투조되었는데요. 이 금동판을 자세히 보면 발 끝 부분이 살짝 들려서 버선처럼 곡선미가 느껴집니다. 신라인들의 금속 공예 실력은 정말 뛰어났던 것 같아요. 이 신발은 일상 생활용이기보다는 의례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본 것은 5-6세기에 제작된 신라 양식의 금 귀걸이에요. 보물 557호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신라의 금속 공예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경주박물관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유물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이 귀걸이는 정말 세밀한 장식을 하였는데요. 큰 고리 부분에도 아주 작은 금 알갱이를 사용하여 장식을 더하였고, 작은 고리 아래에는 하트 모양의 금 장식들을 매달았어요. 움직이면 저 작은 장식들이 흔들리면서 더욱 더 반짝였을 것 같아요.
이것은 가야에서 제작된 배 모양의 토기입니다. 4-5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시에 사용했던 나룻배를 본 떠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토기들은 앞에서 본 금속 공예품들처럼 화려한 멋은 없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귀중한 자료들이지요. 이 토기도 그런 역사적 가치가 있어서인지 보물 55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토기를 보면서 저런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며 이동했을 어느 고대인의 여정을 상상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
이것 역시 4-5세기 가야에서 제작된 토기로, 보시는 것과 같이 집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부장용으로 제작된 명기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무덤의 주인의 삶과 연관된 것을 껴묻거리로 부장했을 테니, 이 집은 무덤의 주인을 포함한 당시 사람들의 주거 형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생활사 자료가 됩니다. 고대인들의 삶과 문화와 관련된 책이나 자료에서 이 집 토기를 종종 본 적이 있는데, 이게 이 미술관에 있었군요....... 실물로 보니 반가웠습니다.
1층 전시실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유물은 청동 방울입니다. 안에 청동 구슬이 들어가 있어서 흔들면 소리가 나는 방울이지요. 리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청동 방울은 국보 14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것들은 충남 논산에서 발견된 것들이라고 해요. 사진 속에 있는 청동 방울 외에도 고리 모양의 청동 방울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것들 다 포함하여 국보 146호에 지정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그 중 이 별 모양처럼 생긴 청동방울만 찍은 건 단순히 예뻐서(...)입니다. 모양도 예쁘지만, 자세히 보면 가는 점선으로 무늬를 새겨놓아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정성스레 만든 고급스러운 청동기였어요. 청동 방울은 당연히 그 당시 지배자였을 제사장이 사용한 물건이라 고급스럽고 정성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이렇게 불교미술과 금속공예실까지 관람하는 것으로, 고미술관 전시 관람은 끝이 났습니다. 고미술관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는데 약 2시간이 걸렸어요.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관람하기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고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리움 미술관은 전시된 작품들에 집중하기 좋은 전시 배치와 구조, 그리고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전시품들을 좀 더 귀중한 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점(실제로도 귀중한 문화유산들이기도 하지만)에서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비싼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한 번 더 방문해서 고미술관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보고, 현대미술관까지 둘러보고 싶어지더라고요 ㅎㅎ
이렇게 해서 리움 미술관 관람은 끝! 전시 관람을 다 하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저녁 먹은 곳은 <이태원 우육미엔>이라는 타이완 우육면 맛집으로, 이전에 포스팅을 해두었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
이태원 맛집 - 이태원우육미엔 (대만 음식)
오늘은 대만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이태원 우육미엔>에 다녀온 후기를 씁니다 :) 사실 첫 방문은 2019년 초, 그러니까 거의 1년 전(...)이었어요. 다녀온지 오래 되다보니 포스팅하기 좀 애매했는
mtssc.tistory.com
※ 삼성 미술관 리움 정보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찾아가는 방법: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도보 6분
관람시간: 10:30-18:00 (매표마감 17:30) (※ 2021년 2월 현재 코로나19로 임시 휴관중)
휴관일: 월요일,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입장료: (상설전시) \10,000 / 특별전시는 별도
전화번호: 02-2014-6901
홈페이지: www.le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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