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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뮤지엄 개관특별전 - 알폰스 무하展서울/공연, 전시, 스포츠 2020. 2. 23. 14:42반응형
오늘은 지난 12월 마지막 주에 다녀온 <마이아트뮤지엄>의 개관 특별전, <알폰스 무하展(이하 알폰스 무하전)>에 다녀온 후기를 씁니다. 제 전공이 미술 쪽이 아니고 미술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도 아니어서
그림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보통은 미술관 전시보다는 역사와 관련된 박물관 전시를 관람하러 다니는 편인데요. 알폰스 무하전은 평도 좋고, KT에서 멤버십 포인트 쓰면 입장료를 50%나 할인을 해주기도 했어서 친구랑 같이 다녀오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꽤 재미있고 볼거리도 많았어서 만족스러운 전시였어요. 이 전시를 계기로 미술전에도 재미(?)를 붙여보고 싶어서, 다른 미술관 전시도 두 곳 더 관람하고 새로운 전시도 예매했습니다 히히...알폰스 무하(1860-1939)는 당시에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부였던 체코의 동부 지방인 모라비아 지역에서 태어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한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적인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양식입니다. 그리고 생애 후반에는 체코로 돌아와 조국과 슬라브 민족을 위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알폰스 무하전에서는 그의 작품 230여 점을 삶의 여정을 따라 구성하여 총 5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매표소에서 예약 확인 후 발권했습니다. KT 멤버십으로 예약한 혜택으로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 들어간 엽서도 한 장 받았어요 :)
빈과 뮌헨을 거쳐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이어가던 알폰스 무하는 1894년에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파리 연극계의 대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1844-1923)의 연극 <지스몽다>의 포스터를 디자인하게 되었는데요. 이것이 말 그대로 대박을 치게 되면서 알폰스 무하는 포스터 아트의 대가로 급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1부 전시에서는 바로 이 시기 파리의 예술가로 활동하였던 무하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었어요. 대체로 가로는 좁고 세로는 긴 형태의 사각형 안에, 예쁜 여인과 섬세하고 유려한 장식들이 가득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렇다보니 정말 예쁘고, 화려하다는 느낌이 가득했어요.
이렇게 예외적(?)으로 가로가 긴 형태의 그림도 있기는 했어요. <잉카와 와인>이라는 제목의 포스터였습니다.
인쇄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상업문화, 그리고 포스터 미술이 등장하던 시기에 유명 예술가로 떠오른 알폰스 무하는 연극 포스터 외에도 다양한 광고, 상품 포스터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다양한 광고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특징이 드러나는 예쁘고 화려한 포스터들이 한 곳에 잔뜩 모여있으니, 보다 보면 그게 그거 같은(...) 느낌이 적잖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무하가 다양한 영역에서 포스터를 제작하며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네슬레의 존경스러운 경의>라는 이름의 이 포스터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리기 위해 네슬레사가 무하에게 의뢰해서 제작한 포스터라고 합니다. 세 원형 안에 빅토리아 여왕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요. 우측은 18세, 좌측은 30세, 그리고 중앙에는 즉위 60주년을 맞이했던 78세의 빅토리아 여왕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 왕관을 들고 있는 여인은 대영제국을 의인화한 것이지요. 그 뒤로 연기가 올라오는 공장과 함선 등이 보여 당시 대영제국의 위용을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거대한 포스터에 빅토리아 여왕의 여러 모습을 담아내고, 대영제국도 상징적으로 표현해낸 아이디어는 참 신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네슬레사가 이렇게 오래된 회사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ㅎㅎ 한편으로는 이렇게 화려하게 표현된 대상이 당시에 대표적인 제국주의 국가와 그 수반이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전시 3부에서는 일반 대중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인쇄 출판물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작품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것,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이름의 달력(!)이었어요. 달력 중앙에는 전통적인 회화에 가까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아래에 보이는 세 개의 가면 부분이 실질적으로 달력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가면에 달과 날짜가 인쇄된 띠를 달고 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용한 달력이었다고 합니다. 띠를 조정하며 쓰는 달력이었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달력이기도 합니다. 섬세한 그림을 삽입하고 그 주위 또한 화려하게 장식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실용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이제 전시는 후반부로 넘어갑니다. 4부에서는 여성으로 형상화한 다양한 장식 패널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장식 패널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사계를 주제로 하거나 네 개의 보석(루비, 에메랄드, 자수정, 토파즈), 또는 네 개의 별(달, 북극성, 금성, 샛별)을 주제로 하는 등 주로 4개의 패널이 한 세트를 이루는 형식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어요. 여성을 형상화하고 유려한 곡선과 섬세한 색감을 사용하여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전형적인 아르누보 양식의 그림들이었어요.
4부 끝자락에서는 무하의 미국 활동 시기의 작품들도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파리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알폰스 무하였지만, 1902년을 기점으로 아르누보는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고 스스로도 창조적 레파토리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미국 진출(!)이지요. 그는 유럽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장식 미술보다는 순수 미술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고 합니다.
1904년에 미국에 도착한 그는 미국 언론 및 사교계에서 큰 환영을 받으며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장식 미술에 대한 주문은 일절 거절하였고, 상류 사회 인사들의 초상화를 주문 받거나 미국에서 친분을 쌓은 지인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선물하며 활동했다고 합니다.
미국 활동 시기의 작품들 옆으로는 무하의 디자인 스케치가 담긴 장식 자료집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위 사진 속 그림들이 자료집의 그림이에요. 사실 디자인은 아는 게 없어서(...) 그 내용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양한 패턴과 기법을 자료집에 담아 출판한 것을 보면서 무하는 자신의 기법을 혼자만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눌 수 있을 만큼 마음도 넓고 자신감도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전시는 마지막 5부로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는 무하가 미국에서 고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조국 체코와 슬라브 민족을 위해 활동한 1910년 이후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을 하였는데요. 이 때 체코슬로바키아의 국가의 지폐나 엠블럼 등을 무상으로 디자인하는 등 자국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사용하였습니다. 또 이 시기에는 슬라브 민족의 정체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슬라브 서사시>라는 연작을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이 그림들은 현재 프라하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는 프라하에 갔을 때 고건축물 위주로 구경을 했어서 현대 미술관에는 못 가봤어요(...).
사진 속 중앙의 그림은 <체코 음악의 판테온>이라는 작품으로 체코의 유명 음악가들이 천사들에게(!) 호평과 찬사를 받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무하가 음악가들에 대해 가졌던 존경심, 그리고 체코인으로서 자국의 음악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요. 그림에 들어간 작곡가들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안토닌 드보르자크, 파벨 크리츠코프스키, 고트프리드 리거, 프란티셰크 슈크로우프, 즈데네크 피비히입니다. 제가 아는 작곡가는 안토닌 드보르자크 뿐이네요 하하....... 위 그림처럼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무하의 그림은 장식적인 화려함보다는 민족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한편, 1918년에 독립했던 체코슬로바키아는 1930년대에 나치 독일이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겪게 됩니다. 1938년에는 체코 내에 독일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던 수데테란트를 독일에 내주어야 했고, 1939년에는 나머지 지역도 나치 독일이 장악하기에 이릅니다. 슬라브 민족주의자이자 체코의 애국주의자였던 알폰스 무하는 나치 독일이 프라하를 장악한지 얼마 안 되어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에 체포 됩니다. 게슈타포에 의한 심문으로 건강이 약화된 그는 결국 얼마 못 가 폐렴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전시 입구에는 아르누보 양식의 무하 그림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그림 속 여인들처럼(?) 예쁘게 사진 찍으라고 꽃 달린 머리띠도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참고로 포토존은 여기 하나 뿐입니다. 사진 찍기용, 인스타용의 가벼운 전시는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그렇지만 전시가 어렵게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전시된 그림들도 대체로 연극, 광고 포스터들이니 저처럼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래 전시 기간은 3월 1일까지여서, 최대한 빨리
라고 썼지만 이미 다녀온지 2달 가까이 지났음포스팅하려고 했는데요. 앙코르 전시를 하게 되어 4월 5일까지 전시가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평이 꽤 좋던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나봅니다 ㅎㅎ 전시 기간이 늘었으니 여유있게 일정 계획해서 화려한 장식들로 가득찬 예쁜 그림들, 그리고 민족과 조국을 사랑한 마음이 듬뿍 담긴 애국주의적 그림들을 통해 알폰스 무하를 만나고 오시길 바랍니다~※ 마이아트뮤지엄 개관특별전, <알폰스 무하展> 정보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18 섬유센터빌딩 지하 1층
찾아가는 방법: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4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전시기간: 2019.10.24-2020.03.01 (-2020.04.05까지 연장)
운영시간: 10:00-20:00 (입장마감 19:00)
휴관일: 월요일
입장료: \15,000
전화번호: 02-567-8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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