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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 공주 마곡사충청, 대전/관광, 교통 2024. 10. 20. 21:40반응형
안녕하세요. 달리기입니다.
오늘은 올해 초에 친구들과 "마곡사(麻谷寺)"에 다녀온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
마곡사는 충청남도 공주시 태화산에 자리잡고 있는 고찰로, 7세기 중반 신라 승려 자장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의 다른 사찰 6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지요.
사실 저는 작정하고 문화유산만 답사하러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인지라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남아있는 문화유산을 보고 오는 걸 좋아합니다.
공주는 대학생 시절에 답사로 방문해본 적도 있고, 여행으로 다녀온 적도 종종 있었던 곳이지만 그런데도 마곡사에는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공주와 부여를 중심으로 충남 일대를 둘러보는 학부 답사 때는 마곡사 대신에 갑사, 무량사 등 다른 고찰들만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고요. 그 이후에 여행 왔을 땐 뚜벅이 당일치기 여행으로만 오다 보니 공주 시내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둘러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천안에 사는 (운전할 수 있는) 친구 만나러 놀러갔다가 한적한 절에 가서 힐링이나 하고 오자고 하길래, 여태 못 가서 아쉬웠던 마곡사가 생각나서 여기 가보고 싶다고 콕 찝어 제안했고 친구들이 좋다고 해서 드디어 다녀오게 되었답니다 ㅎㅎ
천안에서부터 차로 약 1시간 달리니, 드디어 마곡사 도착!
안쪽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했던 것 같기는 했으나, 저희는 절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천천히 걸어서 마곡사로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로 올라가면 몸은 편하지만 부처의 세계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직접 걸어서 올라가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물론 걸어서 올라가는 길 역시 자연 그대로의 길은 아닌 나무로 된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게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계곡을 따라 걸어서 올라가면서 자연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번잡했던 마음도 가라앉히고, 절의 첫 문인 일주문도 직접 통과해서 들어가면 정말 부처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일주문을 지나 계곡길을 따라 걸으면 마곡사에 도착합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절 한가운데를 마곡천이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는 아늑한 공간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이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공간에 위치한 절이라 그 역사 또한 무난했을 것 같지만, 실제 마곡사의 역사는 한국의 다른 사찰들과 비슷하게 한국사의 흐름과 함께하면서 위기와 번영을 고루 경험하며 굴곡진 역사를 만들어온 절이었습니다.
자장이 창건한 이후 대략 200여 년 간 유지되었던 이 절은 신라 말의 혼란 속에서 폐사지가 되어 한 때는 도적의 소굴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12세기 고려 명종 시기에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이 왕명을 받고 절을 중창하였고, 이 때부터 임진왜란 직전까지는 크게 번성하여 전성기에는 지금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에 이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절 대부분이 소실되어 버렸고, 반세기가 지난 17세기 중엽 조선 효종 시절에 대웅전 등의 건물들을 다시 고쳐 지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6교구의 본사로 충남 일대 70여 개의 말사를 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입구에 있는 안내도를 보면서 어떻게 둘러볼지 루트를 머리로 대충 그려본 뒤, 슬렁슬렁 둘러보기로 합니다.
먼저 마곡사의 정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을 통과합니다. 해탈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불교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며, 해탈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여 이런 이름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문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지나다닐 수 있게 가운데 부분은 막힘 없이 뻥 뚫려있고, 양 옆 공간에는 금강역사상과 보현, 문수동자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충청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유산으로, 19세기 후반 고종 시절에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있어서 그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반응형해탈문을 지나면 그 다음으로는 맞배지붕으로 된 건물로 된 천왕문을 지납니다. 내부에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어 천왕문이라고 부르는데요.
사천왕들은 동서남북 네 하늘을 지키며 불법을 수호하는 존재로 대체로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이미지로 표현이 되는 편입니다. 항상 그런 느낌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닌 것인지, 어떤 사찰의 사천왕상은 무섭다기보다는
좀 미안하지만약간 귀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는데요. 마곡사의 사천왕들도 그렇게 무서운 느낌은 아닌데 눈빛이 조금 기이 해서(...) 은근 무서웠어요...마곡천 건너가기 전 바로 옆에는 명부전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1939년에 지은 것으로 현재는 충청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명부전에는 인간을 성불하도록 돕는 지장보살과 죽은 자의 사는 동안 지은 죄의 경중과 선행, 악행을 심판하는 시왕들을 모신 곳으로, 지장보살이 중앙에 모셔져 있고, 시왕은 양 옆으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마곡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
마곡사의 중심 법당인 대광보전으로 향했습니다.
대광보전 앞에는 5층 석탑이 하나 서 있습니다. 보물 제 799호로 지정되어 있는 마곡사 오층석탑입니다.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당시에 고려에게 여러가지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던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탑 상륜부에 놓인 청동제 풍마등 장식이 원나라에서 유행했던 라마교의 불탑 양식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 다른 특징으로는 호리호리하고 약간 위태로워보이는 형태였어요. 높이 약 8.7m에 모양이 조금 길쭉한 형태인 데다가 맨 위에 청동으로 만든 풍마등 장식까지 올라가 있어서 조금 불안정해보이는 형태였습니다.
소박하고 안정감이 떨어져보이는 탑이지만, 이 탑에는 나라의 기근을 3일 간 막아줄 수 있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으로서 그 자리를 지켜온 불탑이었습니다.
석탑 뒷편에 자리잡고 있는 대광보전은 그 뒷편에 서 있는 또 다른 불전인 대웅보전과 함께 마곡사의 본전으로 기능하고 있는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1785년 조선 정조 시기에 다시 지은 것이 현재까지 남아 지금은 보물 제 80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색 바랜 단청과 다양한 무늬로 조각된 창호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새 것은 흉내낼 수 없는, 옛 것만이 뿜어낼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에는 진리 자체를 상징하는 부처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정면(남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안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측면의 문으로 들어가게 되면 바로 비로자나불이 인자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대광보전 뒷편으로 올라가면 가장 높은 곳에 2층으로 된 대웅보전을 보게 됩니다. 팔작지붕을 얹어서 화려한 면모까지 갖춘 마곡사의 본전입니다. 겉에서 보면 중층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하나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웅보전은 대광보전이 재건된 시기와 비슷하게 1785년에서 1788년에 걸쳐 중수된 것으로, 보물 제 80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웅보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는데요. 석가모니불만 모신 것이 아니라 양 옆으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함께 모시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세 불상은 목조로 제작되었는데, 양 옆의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보다 석가모니불을 조금 더 크게 제작하여 석가모니불이 주존불상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웅보전 앞 담장에는 다녀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자그마한 돌탑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저도 하나 올려놓고 소원 하나 빌었습니다 ㅎㅎ
대웅보전까지 보고 돌아나오는 길. 마곡천에 백로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는 셋이서 쳐다보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쟤는 발 안 시리나(...), 사냥 하는 건가?, 쟤는 이름이 뭐야? 등등...
다 둘러보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산전을 보는 것을 깜빡하고 그냥 나와버렸습니다(...). 뭐 어쩌나, 다음에 또 와서 다시 봐야겠네~ 라고 생각하고는 기분 좋게 내려왔습니다 ㅎㅎ
마곡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깊은 산중에 있어서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며 역사적인 문화유산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데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마음이 평안해지고 위로를 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추운 날 여기까지 데려다 주고 함께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전합니다 :)
※ 공주 마곡사 정보
주소: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찾아가는 방법: 공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770번 버스 탑승,
마곡사 정류장(종점)에서 하차 후 (해탈문 앞까지) 도보 20분.
(버스 시간표는 마곡사 홈페이지 참고)
관람시간: 09:00-18:00 (11월~2월은 17:00까지)
입장료: 무료
전화번호: 041-841-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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