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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동국사전라, 광주/관광, 교통 2016. 9. 11. 15:30반응형
<히로쓰가옥>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식 사찰로 잘 알려진 <동국사(東國寺)>에 갑니다.
길 하나 건너고 조금만 걸으면 되기 때문에 금방 갑니다.
예전에 동국사에 처음 갔을 때는 주변이 쇠락하고
어수선하여 정체된 동네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는데요.
지금은 동국사를 비롯하여 군산 구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동국사로 가는 길은
여전히 좁지만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고,다른 건물들에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같은 것들이
들어서서 동네 분위기도 한층 밝아보였습니다.
<동국사>는 1909년 일본 조동종(曹洞宗)의 승려
우치다에 의해 세워진 포교소로 그 역사를 시작합니다.
당시에는 <금강선사(錦江禪寺)>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1913년,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대웅전과 요사채를 지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일본 불교가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것은 단순히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신앙 생활을 위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인들을 일본에 동화시키려는
일제의 의도적인 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일제가 패망하고 일본인들이 그들의 나라로
돌아간 뒤에도 이 사찰은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았습니다.
대신에 이제는 해동의 나라, 즉 한국의 절이라는 의미로
동국사라는 이름으로 고쳐 불리게 되었고,
조계종에 등록되어 한국의 사찰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동국사는 절 규모가 아담하여 금방 둘러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 절은 국내의 다른 사찰들과 달리 주요 건물인 대웅전과 요사가 일본식으로
지어져 있다는 특징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절입니다.
동국사에 들어서면 정말 일본 어느 소도시에 있는 작은 절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주로 산사의 형태로 남아있는 한국의 주요 절들과 달리,
일본은 도시에서도 절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동국사 또한 군산의 구도심 한가운데에 있어서
일본의 사찰에 온 것 같다는 묘한 기분을 느끼기 더욱 쉬운 것 같았습니다.
정면 5칸, 측면 5칸의 정방형 형태로 지어진 동국사의 대웅전은 에도시대 양식으로 지어져
이 절의 독특한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 절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정하면서도 침묵을 하게 만드는
중압감 같은 것이 이곳에서도 느껴집니다.
예전엔 대웅전과 복도로 연결된 요사채로 들어가 대웅전을 들어갔는데요.
이 날은 대웅전 문이 열려 있어서 바로 대웅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다른 한국의 절들과 비슷했어요.
절 한 켠에는 일본식 범종도 걸려 있습니다.
범종각을 둘러싸고 있는 석불들은 일본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복을 입은 '평화의 소녀상'이 작은 사각 연못 앞에 서 있었어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2015년에 세운 것이라고 해요.
소녀를 비추고 있는 연못은 대한해협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동국사는 이국적인 멋을 내는 독특한 사찰이지만,
그러한 사찰이 한국에 지어진 역사적 배경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절은 침략과 수탈, 그리고 탄압의 잔혹한 일제강점기가 만들어낸 아픈 역사의 유산이에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바라본 동국사의 전경.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일본 여행 온 기분도 들고, 그 자체로도 아름다워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씁쓸한 감정이 더해져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은
제가 동국사에 올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평화의 소녀상이 상징하는, 일제로부터 탄압을 받는 젊은이였다면
저는 이 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 절을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비판하면서도
아름답고, 이국적인 미를 간직한 절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러한 아픔의 시대가 지나고 해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타국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우리가 이렇게 일제의 잔재를 남겨두어 역사의 교훈으로 삼듯이,
일본 역시 일제 당시의 만행을 후세에도 알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텐데 말이죠.......
대웅전 뒷편으로 걸어오면 작지만 꽤 울창한 대숲도 보입니다.
대웅전 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뒷 길을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마치 동국사에 들어와서 복잡해진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돌아가라는 것 같기도 했어요.
작지만 아름답고, 그리고 의미있는 절, <동국사> 관람을 끝으로
첫 날 계획은 거의 다 소화하여 숙소로 돌아가 저녁 먹기 전까지 꿀같은 휴식을 취했답니다 :)
* 군산 동국사 정보
주소: 전북 군산시 동국사길 16 동국사
찾아가는 방법: 군산역에서 시내버스 11,12,13,14,15 탑승, 명산사거리 정류장에서 하차 (소요시간 약 40분), 도보 5분
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07: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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