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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덕수궁 미술관) -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서울/공연, 전시, 스포츠 2021. 5. 28. 22:53반응형
오늘은 3월에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 (이하 #덕수궁미술관 )에 다녀온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D
이 날 덕수궁 미술관에 방문해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이 전시는 1930~50년대까지의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1930~40년대 식민지 조선이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던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를 중점적으로 만나 볼 수 있었어요.
암울했던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 상황 속에 살면서도, 당대 예술가들은 문학이나 예술에 헌신하며 살아갔는데요. 그들은 서양의 현대 문화를 거의 동시대적으로 수용했고, 예술가들끼리 교류하며, 식민지 현실 속에서 자신들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갔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작품을 통해 그러한 당대 예술가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지요.
저 같은 경우, 주변에서 추천을 해줘서 가본 전시였는데요. 우선 학창 시절에 문학이나 미술 시간에 잠깐씩이라도 만나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서 추억 회상(?)으로도 꽤나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잘 모르던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덕수궁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덕수궁 티켓도 필요합니다. 어차피 덕수궁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1,000원밖에 안 합니다 ㅎㅎ
덕수궁은 #경복궁 이나 #창덕궁 에 비해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미술관과 함께 둘러봐도 좋아요. 저도 미술관 관람과 궁 관람을 같이 했는데요. 덕수궁 둘러본 후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이 덕수궁 미술관입니다. 1937년에 지어진 서양식의 석조 건축물이지요.
입구에서 미술관 티켓을 발권했습니다. 가격은 무료!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덕수궁 미술관 관람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날짜와 방문 시간을 정해서 예약을 해야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소는 이 글 맨 하단에 남겨두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매표소 맞은편에는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도 있으니, 필요한 경우 이용하면 됩니다. 이용 요금은 무료입니다. 전시관 입장료도 무료, 락커도 무료, 정말 혜자혜자한 미술관이에요.
저는 이 날 호캉스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갖고 있는 짐이 좀 많아서, 락커를 이용했어요.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정면에 1930년대 이후 식민지 조선에서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이름들이 보입니다. 서로가 많은 교류를 하면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해나갔던 것을 형상화한 듯, 이 예술가들의 이름은 많은 선들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어요.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전시 순서대로 관람을 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 '전위와 융합'에서는 1930년대, 당시 식민지 조선에도 밀려오던 서양의 현대 문화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면서 자신들만의 예술 영역을 만들어나갔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이상(1919~1937) 당시 예술가들은 다방에 모여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대해 논쟁하고, 교류했다고 하는데요. 1933년 작가 이상(1910~1937)이 종로에 열었던 다방 '제비'도 그러한 곳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1936년에 발표된 이상의 단편 소설 <날개>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서양화가였던 구본웅(1906~1953)의 작품은 제비에 종종 걸리고는 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 미술 잡지인 'Cahiers d'Art'와 신문, 목각 인형이 널려 있는 이 그림도 그런 작품들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구본웅의 작품은 전시 중 몇 점 더 볼 수 있었는데요.
<호수>는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어두운 밤, 홀로 떠 있는 달을 비추는 잔잔한 호수와 그 주변의 적막한 분위기를 표현한 것 같은데, 분위기 너무 좋더라고요 히히...
소설가 박태원(1910~1986)의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도 보입니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그려낸 작품으로, 저도
일부분이지만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읽었던 기억이 났어요.박태원의 경우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면서 직접 삽화를 그리기도 했대요.
전시되어 있던 삽화는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 <반년간>의 삽화였는데요. 현대 영화의 장면처럼 소설 속 장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줌으로 끌어당겨 확대 묘사하기도 합니다.
35세의 나이로 요절해버린 서양화가 황술조(1904~1939)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자화상>이라는 이 그림은 1939년 그가 사망하기 전에 그린 것으로, 베레모와 콧수염이 예술가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전시 중간에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 작가 이수경이 만든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별히 제작을 의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1930~40년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공작새의 이미지를 떠올려 이와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고결하고, 우아한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날개를 활짝 펼치지 못한 공작새의 이미지를 통해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을 표현하고자 했다네요.
기하학적인 추상화를 그린 김환기(1913~1974)와 유영국(1916~2002)의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이 두 작가는 한국에서 추상 미술의 1세대로 꼽히는 화가들이라고 합니다.
이어지는 제2 전시실 '지상의 미술관'에서는 신문, 잡지 등 인쇄물에 등장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앞쪽 공간에는 근대 시기 신문에 실린 삽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넘겨보면서 글과 삽화를 볼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그리고 안쪽 공간에는 당시에 출판되었던 책들의 원본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책 내용은 볼 수 없지만, 원본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었지요.
김소월(1902~1934)의
꽃내달진이 아니고(...)<진달래꽃>,이육사(1904~1944)의 <육사 시집>,
그리고 윤동주(1917~1945)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영랑(1903~1950)의 <영랑시집>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작가들의 책들이 있었으나, 그냥 제가 알고 있는(...) 작가들의 책만 쭉~ 찍어봤어요.
전시는 2층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제3 전시실 '이인 행각'에서는 1930~50년대 문인과 화가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시 내용이 구성되어 있었어요. 당대 예술가들의 만남과 교유를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지요.
시인 정지용(1902~1950)과 화가 장발(1901~2001)이 함께 작업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두 인물은 가톨릭이라는 종교로 연결되었으며, 휘문고보의 교사로도 같이 재직하였다고 합니다.
시인 백석(1912~1996)과 화가 정현웅(1911~1976)의 만남은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둘은 잡지 <여성>의 편집자로 일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수록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두 예술가의 합작품입니다.
이 외에도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전시실에서 본 백석이 정현웅에게 쓴 시, <북방에서>에서도 둘 사이의 우정이 꽤 깊었음을 짐작하게 했어요.
작가 이태준(1904~?)은 화가 김용준(1904~1967)과 교유하였다는데요. 그의 책들 중에는 김용준의 장정으로 출판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두 인물의 교유보다도, 이태준이 책에 대해 쓴 이 글이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책을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정신의, 사상의 의복'이자 '주택인 책'이라고 묘사하며 책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글을 보면서 그가 책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을지 알 것 같았어요.
월북하여 남한에는 작품이 몇 점 없다고 하는 최재덕(1916~?)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는 앞에서 소개했던 구본웅의 작품과 함께 이 날 본 작품들 중에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림이었습니다.
포플러 나무가 전면을 차지하고 그 뒷 배경으로 작은 배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한강이 보이는데요. 요즘 같은 맑은 날, 오후의 한강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여유롭고 멋들어진 그림이었어요.
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시인 구상(1919~2004)과 오랜 친구 사이였다고 합니다.
본래 북한 지역 출신인 이중섭은 북한의 공산주의 정책과 6.25 전쟁으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1955년에는 개인전마저 경제적으로 실패하게 되어, 6.25 전쟁 중 일본으로 보냈던 아내와 자식들과도 연락을 단절해야 하는 암담한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림 속 이중섭은 친구 구상이 그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런 색채를 사용한 이 그림은 암울하고 절망적인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듯 하지요.
많이 힘들었던 이중섭은 구상을 따라 종교에 귀의하고 싶었나 봅니다. 구상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은 가톨릭에 귀의하고 싶으니 자신을 지도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편 이중섭의 아내는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자, 구상에게 편지를 보내 그의 소식을 묻고 있었습니다. 급격하게 몰락해버린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이중섭과, 그런 남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의 편지를 읽으니 너무 슬펐습니다.
제1 전시실에서 만났던 김환기는 제3 전시실에서도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는 기하학적인 작품을 보았는데, 6.25 전쟁을 전후로 한 시기의 그의 작품 세계는 사뭇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그의 작품들은 한국적인 소재를 통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고 해요. 저는 기하학적인 그림보다 이런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ㅎㅎ
마지막 제4 전시실 '화가의 글, 그림'에서는 화가로 주로 활동했으나, 문학적 재능도 남달랐던 예술가들의 글과 그림을 함께 전시한 곳이었습니다.
글을 볼 수 있는 공간과 그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각각 나뉘어 있었는데요. 어... 전시 후반부까지 오게 되니 글까지 읽기에는 너무 피곤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림 위주로 감상을 했습니다 ㅎㅎ
단순하고 순수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는 화가 장욱진(1917~1990)의 그림 <사람>, 너무 귀엽지 않나요 ㅎㅎㅎ
자연과 산을 사랑했다는 박고석(1917~2002)의 <쌍계사 길>을 볼 때는 저도 쌍계사에 가보고 싶어 졌고요(...).
밝은 색채를 사용하여 화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천경자(1924~2015)의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좀 어두웠던 이번 전시에서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작품들이라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는데요. 제가 인상적으로 보고, 기억하고 싶어 하는 작품들 위주로만 사진과 글을 카메라에 담아와서 이 정도로만 소개를 합니다 :)
참고로 이 전시는 이번 주 일요일, 5월 30일까지 전시가 진행됩니다. 그러니까 이틀 남았지요(...).
예약제로 운영이 되고 있어서 이미 전 시간대 매진이 된 것으로 확인이 되는데요. 그래도 운이 좋게 취소표를 줍게 되신다면(...) 꼭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알차고 유익한 전시였어요.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 정보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99
찾아가는 방법: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관람시간: 화,목,금,일 10:00-18:00 / 수,토 10:00-21:00
휴무일: 월요일
전시기간: 2021.02.04~2021.05.30
입장료: 무료(단, 덕수궁 입장료 ₩1,000)
전화번호: 02-2022-0600
홈페이지: http://www.mm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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